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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과 기업가 정신
2018년 01월 10일(수) 00:00
[이병우 단국대학교 강의교수]
11월 11일은 세계 최대의 쇼핑 이벤트 광군제가 열리는 날이다. 2017년 광군제 매출액은 28조 3000억 원으로 새로운 글로벌 기록을 수립했다. 우리나라 한해 전자상거래 총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날 전야제에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무술복을 입고 태극권 시범을 보였다. 직접 출연한 20분짜리 무협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윈의 무협 문화 사랑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마윈은 무협 소설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기업 전략에 적용하여 멋지게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6년간 주급 10달러의 가난한 영어 강사로 일했다. 그러던 그가 알리바바 창업 8년 만에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를 석권했다. 2014년에는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중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중국의 빌 게이츠’ ‘중국 인터넷의 왕’ ‘Crazy Jack Ma’로 불리운다. 무슨 일을 벌였기에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삼인방을 BAT라고 부른다. 바로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를 가리키는 말이다. 언론들은 자연스럽게 BAT 세 인터넷 기업의 포지션을 정하고 있다. 기술력은 바이두가 가장 막강하고, 상품력은 텐센트가 강하며, 알리바바는 전략에 강하다는 견해다. 바이두의 창업자 리엔훙과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은 IT 분야 전문가이다. 스스로 밝혔듯이 마윈은 IT 분야 문외한이다.

“무협 소설을 통해 가상의 세계를 탐미한 것이 나에게 사유의 날개를 달아줬다.” 마윈의 말이다. 그는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까지 무협 문화와 중국 고전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십분 활용했다. ‘서호논검(西湖論劍)’은 무협 문화를 이용한 신의 한 수였고, 기업 문화 전략에도 ‘독고구검(獨孤九劍)’, ‘육맥신검(六脈神劍)’과 같은 무공 이름을 붙여 활용했다. 또한 자신의 닉네임을 진융의 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나오는 고수인 ‘풍청양(風淸揚)’으로 짓고, 다른 직원들도 무협 소설에서 찾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집무실과 회의실을 소설 속의 ‘도화도(桃花島)’와 ‘광명정(光明頂)’으로, 다른 공간도 달마원(達磨院), 나한당(羅漢堂), 협객도(俠客島)와 같은 무림의 이름들로 명명했다.

무협 소설은 중국의 대중문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윈이 존경하는 작가 진융은 중국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통속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대우를 받고 있어, 북경대 등의 대학에서는 ‘김학(金學)’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소설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진융은 모두 15편의 무협소설을 집필하였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오강호, 신조협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천룡팔부 등이 있다.

마윈은 끊임없는 도전과 기업가 정신으로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비전과 사명감 그리고 협객의 기개를 중시했다. 사명감을 기술이나 자본보다도 우위에 뒀다. 삼장법사 리더십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삼은 것과도 연결된다. 특별한 재능이 없었던 삼장법사는 불경을 구하겠다는 목표만은 누구보다도 투철했다. 그런 사명감을 가졌기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효과적인 팀워크를 이룰 수 있었다. 마윈 주위에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무명이었던 초창기 시절, 마윈이 자신의 인터넷 사업을 소개할 때 오프닝 멘트로 늘 쓰던 말이 이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는 인터넷이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수 많은 중국 청년들은 ‘제2의 마윈’을 꿈꾸며 창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창업 생태계는 머지 않아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창업 열풍이 일게 한 원인 중의 하나가 마윈을 비롯한 롤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