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의 ‘좌측담장’] 우주의 기운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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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송고하고 세 시간 정도가 지나면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 원고가 기사가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에는, 1차전의 결과는 물론이고 게임 분석과 2차전 전망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것이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다. 전신 해태 시절부터 시작해 타이거즈는 열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었고, 모두 승리했다. 승률 100%. 그리고 이제 열한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이는 열정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기아 팬들에게도 중대한 도전이다. 흔히 ‘우주의 기운’을 받아 우승을 했다는 2009년 이후에 생각지도 못했던 암흑기를 맞이한 팬들이다. 이왕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팬과 선수는 없을 것이다.
암흑기 때 홀로 팀을 지키던 에이스는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미국에 진출했다가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고 돌아왔다. 2009년엔 현역이던 팀의 레전드는 사투리 쓰는 해설위원이 되었다. 무등산을 사랑하는 왼손 에이스는 FA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고향이 좋다는 이유로 팀에 눌러앉았다. 울면서 군대에 보냈던 키스톤 콤비는 어느덧 예비역이 되어 다이아몬드 안쪽을 지킨다. 친정 팀에서 자리가 없던 선수들이 트레이드로 이 팀에 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엔트리에 들었든 아니 들었든,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올드 팬이든 뉴비(newbie)이든 모두가 승리를 원한다. 이겼으면 좋겠다. 선수들이야 열심히 훈련하고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하면 되겠지만, 나 같은 팬들은 딱히 할 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행여나 안 좋은 기운이 스밀까 봐, 혹은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고, 각자가 만든 징크스 속에서 기아의 승리를 발원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최근 일주일은 2009년에 있었던 일을 반추하며 지냈다.
안 그랬던 해가 있었을까 싶지만, 2009년 또한 정치적으로 극심히 혼란스러운 해였다. 그해 겨울 용산 사태로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했다. 그해 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2009년에도 북한은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고, 쌍용자동차 등에서 노동자 탄압이 극심하였다. 그해 여름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였고……. 그리고 그해 가을 기아 타이거즈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7차전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룬다.
돌이켜 보니, 2009년은 좋은 기운을 얻어 내기에 미안할 만큼 심란한 일이 많았던 한 해였던 게 아닌가. 최근 가장 주요한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적폐’의 시작이 아마 2009년인가 할 만큼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였다. 차라리 기아를 도와줄 우주의 기운 같은 게 있었다면 조금 나눠서 우리 사회 전반에 좀 오시지는,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하는 쓸데없는 마음도 슬며시 든다. 이 모든 역사적 사건에 비해, 야구란 것은 얼마나 작은가. 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그래서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뉴스가 아닌, 작디작은 나 자신의 2009년도 돌아보았다. 첫 직장에서 수당 없는 야근에 시달렸었다. 심지어 일주일, 열흘 차일피일 밀리는 월급에 애가 타기도 했었다. 골방의 컴퓨터 모니터는 우울한 뉴스를 보고 있는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세상에도, 우리에게도 희망은 없어 보였다.
그해도 물론 야구 경기는 어김없이 매일 저녁 있었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가장 많이 이긴 팀이 기아였다. 그 결정타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었고 이는 우승 타이틀로 이어졌다. 우주의 기운, 그런 건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야구의 기운이, 기아의 기운이, 나의 일상을 버티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8년이 지났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우리보다 나아졌을까. 누군가는 더 좋은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고, 또 누군가는 삶에 의미를 두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2009년, 그깟 공놀이는 당시의 많은 문제를 전혀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2009년, 위대한 야구는 수많은 존재에게 잠시라도 큰 위안이 되었다. 상대팀이 이기면 상대팀을 응원하는 사람에게, (내 염원대로) 그 반대의 경우라면 기아를 응원하는 많은 이에게, 올해도 위안이 될 것이다. 또한 야구의 위안으로 우리는 일상을 버티고 살아 낼 것이다. 그것이 야구가 우리에게 주는 ‘우주의 기운’일지도 모른다.
다시 2009년을 생각한다. 그해는 지금의 K-POP 흥행의 예고라고 할 만큼 대형 히트곡이 쏟아졌던 해이기도 하다. 소녀시대, 빅뱅, 동방신기, 브라운아이드걸스, 백지영, 카라, 비스트 등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중 2009년의 기운을 기아에게 불어넣기 위해 꼽은 노래는 세 곡이다. 이 음원을 반복해 듣는 것으로, 팬으로서의 내 할 일을 대신한다.
첫 번째, 2PM의 ‘Again & Again’. 두 번째, 동방신기의 ‘주문’(MIROTIC). 세 번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Abracadabra’.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한국시리즈의 결과가 열한 번째로 이어지기를, 이토록 간절하게, 주문을 걸어 보는 것이다.
암흑기 때 홀로 팀을 지키던 에이스는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미국에 진출했다가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고 돌아왔다. 2009년엔 현역이던 팀의 레전드는 사투리 쓰는 해설위원이 되었다. 무등산을 사랑하는 왼손 에이스는 FA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고향이 좋다는 이유로 팀에 눌러앉았다. 울면서 군대에 보냈던 키스톤 콤비는 어느덧 예비역이 되어 다이아몬드 안쪽을 지킨다. 친정 팀에서 자리가 없던 선수들이 트레이드로 이 팀에 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안 그랬던 해가 있었을까 싶지만, 2009년 또한 정치적으로 극심히 혼란스러운 해였다. 그해 겨울 용산 사태로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했다. 그해 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2009년에도 북한은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고, 쌍용자동차 등에서 노동자 탄압이 극심하였다. 그해 여름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였고……. 그리고 그해 가을 기아 타이거즈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7차전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룬다.
돌이켜 보니, 2009년은 좋은 기운을 얻어 내기에 미안할 만큼 심란한 일이 많았던 한 해였던 게 아닌가. 최근 가장 주요한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적폐’의 시작이 아마 2009년인가 할 만큼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였다. 차라리 기아를 도와줄 우주의 기운 같은 게 있었다면 조금 나눠서 우리 사회 전반에 좀 오시지는,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하는 쓸데없는 마음도 슬며시 든다. 이 모든 역사적 사건에 비해, 야구란 것은 얼마나 작은가. 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그래서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뉴스가 아닌, 작디작은 나 자신의 2009년도 돌아보았다. 첫 직장에서 수당 없는 야근에 시달렸었다. 심지어 일주일, 열흘 차일피일 밀리는 월급에 애가 타기도 했었다. 골방의 컴퓨터 모니터는 우울한 뉴스를 보고 있는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세상에도, 우리에게도 희망은 없어 보였다.
그해도 물론 야구 경기는 어김없이 매일 저녁 있었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가장 많이 이긴 팀이 기아였다. 그 결정타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었고 이는 우승 타이틀로 이어졌다. 우주의 기운, 그런 건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야구의 기운이, 기아의 기운이, 나의 일상을 버티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8년이 지났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우리보다 나아졌을까. 누군가는 더 좋은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고, 또 누군가는 삶에 의미를 두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2009년, 그깟 공놀이는 당시의 많은 문제를 전혀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2009년, 위대한 야구는 수많은 존재에게 잠시라도 큰 위안이 되었다. 상대팀이 이기면 상대팀을 응원하는 사람에게, (내 염원대로) 그 반대의 경우라면 기아를 응원하는 많은 이에게, 올해도 위안이 될 것이다. 또한 야구의 위안으로 우리는 일상을 버티고 살아 낼 것이다. 그것이 야구가 우리에게 주는 ‘우주의 기운’일지도 모른다.
다시 2009년을 생각한다. 그해는 지금의 K-POP 흥행의 예고라고 할 만큼 대형 히트곡이 쏟아졌던 해이기도 하다. 소녀시대, 빅뱅, 동방신기, 브라운아이드걸스, 백지영, 카라, 비스트 등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중 2009년의 기운을 기아에게 불어넣기 위해 꼽은 노래는 세 곡이다. 이 음원을 반복해 듣는 것으로, 팬으로서의 내 할 일을 대신한다.
첫 번째, 2PM의 ‘Again & Again’. 두 번째, 동방신기의 ‘주문’(MIROTIC). 세 번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Abracadabra’.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한국시리즈의 결과가 열한 번째로 이어지기를, 이토록 간절하게, 주문을 걸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