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박진현의 문화카페] 유등축제 vs 충장축제
2017년 10월 18일(수) 00:00
지난달 초 동네서점을 취재하기 위에 경남 진주에 다녀왔다. 취재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바람에 책방과 그리 멀지 않은 진주성을 찾았다. 진주성은 1592년 10월 진주 목사 김시민이 3800여 명으로 왜군 2만여 명과 맞서 싸워 승리한 유서깊은 곳이다. 평일 낮시간인 데도 한가하게 성 안을 둘러보거나 사진촬영을 하는 관광객들로 붐벼 놀랐다. 특히 중국어나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문득 지난해 미국 CNN 방송에서 한국 방문 때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로 소개됐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유려한 동선이 인상적인 촉석루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누각에 앉아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는 관광객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 밑에 자리한 의암바위(논개가 몸을 던진 바위), 깔끔하게 단장된 잔디공원, 국립진주박물관까지 둘러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진주성이 글로벌 명소로 변신한 데에는 지난 2000년 창설된 남강유등축제(유등축제)의 공이 크다. 10월 초, 진주성과 남강 일대에서 열리는 유등축제는 진주성의 역사와 남강의 생명력을 엮은 콘텐츠, 전통풍습과 소망을 담은 7만 여개의 등(燈)을 선보여 매년 수십 여 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들인다.

특히 올해 유등축제(10월1일∼15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긴 추석 연휴와 궂은 날씨에도 67만여명(유료 입장객 41만여 명)이 다녀갔다. 유료축제(입장료 성인기준 1만 원)를 시행한 2015년 40만여명(유료 25만여 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55만여명(유료 30만여 명)등 해가 갈수록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유료축제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16일 진주시는 올해 축제경비로 40억 원을 사용했지만 유료수입(입장료 수입 33억여 원, 입장료 외 수입 11억여 원) 44억원을 거둬 축제 재정자립도 11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진주시가 축제유료화를 추진한 이유는 정부의 축제일몰제(일정횟수 이상의 축제에 정부지원을 줄이는 제도) 방침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3년 연속 문광부의 최우수 축제에 선정됐지만 정부의 국고지원이 끊기자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별화카드로 정면승부한 것이다.

유등축제의 성공이 부러운 건 18일 개막되는 광주 충장축제(18∼22일) 때문이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충장축제는 ‘추억과 낭만’을 내걸고 지역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 등으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인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호에서 따온 축제의 명칭이 무색할 만큼 정작 지역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화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진주성을 세계적인 명소로 알린 유등축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올 충장축제가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세대공감! 우리 모두의 추억’이라는 컨셉을 내걸고 70∼90년까지 아우르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통해 거리축제의 색깔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공허할 터. 짙어가는 가을,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자. 축제는 즐기는 자의 몫이니.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