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의 좌측담장] 야구에 진리는 없지만
![]() 서효인(시인) |
야구의 매력이야 한두 가지만 꼽을 수 없지만, 굳이 그중 하나만 꼽자면 매일 경기를 한다는 점이다. 야구팬은 적어도 시즌 중에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모레 계속해서 야구를 볼 수 있다. 휴식일은 일주일에 한 번이며,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는 그나마도 없다. 이런 리그 방식은 다른 종목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축구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경기를 한다. 농구나 배구도 이틀 연속 경기를 할 때가 가끔 있지만 일주일에 여섯 번 경기를 할 수는 없다. 그들 구기 종목들은 모두 야구보다 육체적으로 더 치열해야 하고, 격렬해야 한다. 야구처럼 매일매일 했다가는 선수들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매일 경기를 한다는 점은 팬들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패배한 경기의 어두운 감흥은 다음 날 이기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러나 연패에 빠진 팀의 팬은 그 지긋지긋한 패배의 장면을 매일 보아야만 한다. 2010년 기아는 팀 최다 기록인 16연패를 기록했는데, 그해 타이거즈 팬은 한 달 가까이 지는 경기를 연속으로 보아야만 했다. 13번째 패배였던가, 치킨집에서 울분에 차 텔레비전 중계를 보던 나의 벌건 두 눈을 삼성 팬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하지. 당시의 그들은 오늘 져도 내일은 꼭 이길 팀이었으니까.(그러나 야구는 돌고 돈다고, 지금은 또 그렇지가 않다.)
2010년 타이거즈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야구는, 오늘 지면 내일 이기고 설사 내일 또 지더라도 그 다음 날은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다. 야구는 1년 365일의 삼분의 일이 넘는 144일 지속된다. 그 어떤 팀도 144번 연속으로 패배하지 않는다. 또 어떤 강팀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상위 팀의 승률은 6할이 조금 넘고, 하위 팀의 승률은 4할이 조금 넘을 것이다. 1위 팀이라 하더라도 승률 7할은 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타이거즈라고 하더라도 이틀을 이기면 하루는 확률적으로는 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8연승, 9연승을 달린 팀에게는 절대적으로 위기가 오게 되어 있다. 승과 패는 자전거의 앞바퀴와 뒷바퀴처럼 각자의 균형을 찾아 굴러간다. 이것이 야구의 절대 반지, 아니 절대 확률이다.
지금이 타이거즈에게는 그 위기가 아닐까. 이 글을 쓰기 전날, 타이거즈는 홈에서 시즌 첫 4연패에 빠졌고, 2위로 치고 올라온 베어스는 9회 극적인 역전 승리를 거뒀다. 이제 게임차는 고작 4게임 하고 반인데, 사실 여유가 없는 차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오랜만에 쫓기는 입장이 되어서 그런지 입안이 바짝바짝 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도전하는 입장보다 그 도전에 응전하는 입장이 더 불안한 것이 인지상정.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저녁 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앞선 문단에서 잘난 체하며 떠들어 댄 ‘확률’ 같은 거 난들 모르겠고, 어쩐지 계속해서 지고 또 질 것만 같다는 주술적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면서.
그러거나 저러거나 야구는 매일 지속된다. 그것은 매일 같은 길을 출근하고 같은 코스로 퇴근하며, 가끔 연장전을 치르듯이 밤늦은 야근에 시달리고, 5∼6일에 한 번 꿈같은 휴식 일을 맞이하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져도 이어지고 이겨도 끝나지 않는 일상. 매일 지지도 않고 매일 이길 수 없는 인생을 닮았다. 이런 야구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여러 시도는 최근에는 확률과 통계라는 수학적 영역에서 이뤄진다. OPS, OBP, WHIP, BABIP WAR…. 어지간한 야구 마니아도 그것을 다 알고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통계와 확률은 한 시즌 전체를 놓고 봐서는 어느 정도 정당하게 작용하지만 게임 하나, 장면 하나에서는 그 힘을 잃는다. 신인 투수의 공에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고, 무명 타자에게 양현종이 안타를 맞기도 한다.
결국 확률과 통계에 의거해 야구를 분석하려는 노력은 마찬가지로 인생의 진리를 찾으려 애썼던 옛 현인들의 철학처럼, 대부분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야구라는 것도 멀리에서 보면, “인생 뭐 있나, 소풍 왔다 가는 인생…” 하며 안빈낙도할 수 있겠으나, 당장 오늘 저녁에 할 게임만 생각하면 온갖 징크스에, 기도에, 발원을 아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온갖 것들의 매일이 모여서 하나의 시즌을 이룬다. 그 시즌의 막바지, 타이거즈는 1위를 사수할 것인가 자리를 내어 줄 것인가. 확률적으로는… 통계에 의하면… 잘 모르겠다. 인생과 야구에 예측이란 무의미하다. 그저 오늘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했듯이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겠지.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란 믿음 하에, 1위의 편안함, 1위의 불안함 모두 가능할 것이다.
매일매일 하는 야구도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불면 문을 닫을 것이다. 선수와 팬,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그들 모두가 보인 한 해 동안의 수고가, 그 열정이 좋은 결실로 매조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오늘 진다면 내일…. 그런 건 모르겠고, 기를 모아 본다. 일단, 제발, 진짜, 오늘은 이기길!
지금이 타이거즈에게는 그 위기가 아닐까. 이 글을 쓰기 전날, 타이거즈는 홈에서 시즌 첫 4연패에 빠졌고, 2위로 치고 올라온 베어스는 9회 극적인 역전 승리를 거뒀다. 이제 게임차는 고작 4게임 하고 반인데, 사실 여유가 없는 차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오랜만에 쫓기는 입장이 되어서 그런지 입안이 바짝바짝 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도전하는 입장보다 그 도전에 응전하는 입장이 더 불안한 것이 인지상정.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저녁 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앞선 문단에서 잘난 체하며 떠들어 댄 ‘확률’ 같은 거 난들 모르겠고, 어쩐지 계속해서 지고 또 질 것만 같다는 주술적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면서.
그러거나 저러거나 야구는 매일 지속된다. 그것은 매일 같은 길을 출근하고 같은 코스로 퇴근하며, 가끔 연장전을 치르듯이 밤늦은 야근에 시달리고, 5∼6일에 한 번 꿈같은 휴식 일을 맞이하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져도 이어지고 이겨도 끝나지 않는 일상. 매일 지지도 않고 매일 이길 수 없는 인생을 닮았다. 이런 야구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여러 시도는 최근에는 확률과 통계라는 수학적 영역에서 이뤄진다. OPS, OBP, WHIP, BABIP WAR…. 어지간한 야구 마니아도 그것을 다 알고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통계와 확률은 한 시즌 전체를 놓고 봐서는 어느 정도 정당하게 작용하지만 게임 하나, 장면 하나에서는 그 힘을 잃는다. 신인 투수의 공에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고, 무명 타자에게 양현종이 안타를 맞기도 한다.
결국 확률과 통계에 의거해 야구를 분석하려는 노력은 마찬가지로 인생의 진리를 찾으려 애썼던 옛 현인들의 철학처럼, 대부분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야구라는 것도 멀리에서 보면, “인생 뭐 있나, 소풍 왔다 가는 인생…” 하며 안빈낙도할 수 있겠으나, 당장 오늘 저녁에 할 게임만 생각하면 온갖 징크스에, 기도에, 발원을 아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온갖 것들의 매일이 모여서 하나의 시즌을 이룬다. 그 시즌의 막바지, 타이거즈는 1위를 사수할 것인가 자리를 내어 줄 것인가. 확률적으로는… 통계에 의하면… 잘 모르겠다. 인생과 야구에 예측이란 무의미하다. 그저 오늘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했듯이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겠지.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란 믿음 하에, 1위의 편안함, 1위의 불안함 모두 가능할 것이다.
매일매일 하는 야구도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불면 문을 닫을 것이다. 선수와 팬,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그들 모두가 보인 한 해 동안의 수고가, 그 열정이 좋은 결실로 매조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오늘 진다면 내일…. 그런 건 모르겠고, 기를 모아 본다. 일단, 제발, 진짜, 오늘은 이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