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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석 농협하나로유통팀 팀장] 퇴근 후 카톡, 생각 좀 해보시자구요
2017년 08월 16일(수) 00:00
광복절도 지나고 휴가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휴가야 연중 어느 때 가야한다고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봄가을이라고 못가는 것도 아니지만, 노는 것도 남 놀 때 같이 놀아야 즐거운 법. 여름 휴가철이 아니면 3박 4일, 4박 5일 휴가내는 일도 눈치코치 봐야하는 게 샐러리맨들이다. 그런데 그 어렵게 낸 휴가기간 중 직장 상사의 카톡이나 문자를 받는다면 기분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SNS와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직장인들의 근무환경이 바뀌어 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의 제조업 및 주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시간이 아닌데도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전체 응답자중 70.3%로 나타났다. 개인적 여가 시간에도 스마트기기를 통해 업무수행을 권유받고 있는 근로자도 29.3%에 달한다니 재택근무자도 아닌데 업무시간이 따로 없는 셈이다.

더구나 공적인지 사적인지 구분이 애매한 직장구성원끼리의 카톡방은 도중에 빠질 수도 없는 애물단지다.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들의 모임방, 등산이나 족구 등 취미를 공유하는 카톡방은 누구나 서너 개쯤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건 또 늦은 저녁이나 새벽을 가리지 않고 울려댄다.

전혀 알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는 맛집이며, 명소에 놀러간 후기, 공식행사도 아닌데 끼리끼리 찍은 사진들은 왜 그리 올려대는지, 반가운 적 한번이면 귀찮은 건 서너 번이다.

답장 안해도 부담 없는 동료는 그런다 치자. 월요일이면 차 한잔하면서 나눠도 될 듯한 얘기를 꼭 주말에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상사는, 십중팔구 답장 없으면 섭섭해 하기 마련이다. 뵙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적인 시간만은 좀 놓아주면 월요일 아침에 뵙는 그 분 얼굴이 훨씬 반가울 것 같다. 그런데 정부 부처 내에서 업무량 많고 야근이며 주말근무가 다반사인 기획재정부가 토요일에는 전화와 카톡 등 업무관련 연락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부총리부터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사무실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온전한 토요일을 보내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광명시에서도 지난 7월 ‘직원 인권보장선언’에서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퇴근 후나 공휴일 등에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시정에 반영한 것이니, 따지고 보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전국지자체 중에서는 최초 시행한 것으로, 다른 자치단체와 산하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근로시간이외의 시간에 문자메세지, 카카오톡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카톡 등을 통한 업무지시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실질적인 노동시간 연장으로 인한 근로자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는데, 제조업, 서비스업 등 직종마다 다른 특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잔업을 요청받은 제조업 근로자에게는 당연히 추가 수당이 주어져야겠지만 수시로 업무연락이 이루어져야 하는 관리직이나 중간책임자, 보안관련 업계 등은 어디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시간외근무인지 모호한데다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OECD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시간 일하는 우리네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 준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무 자르듯 명쾌하게 정할 수 없고, 어디서 어디까진지 자로 잴 수 없는 그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것은 사장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는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퇴근 후에 생각나는 일이 있더라도 문자 먼저 두드려 직원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지, 아침에 지시해도 늦지 않는 것인지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일이 생길 때마다 주판알 튕겨 계산하지 않고 회사 일에 앞장서는 직원들이 늘어날 때, 우리의 저녁은 훨씬 평안해질 것이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