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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교육 -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진로·진학 모두 가능한 시스템 만들어야
일반계 고교 이대로 좋은가<下>
2017년 08월 10일(목) 00:00
지난번 칼럼에서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비자발적 입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지역의 기초학습능력 저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비자발적 입문자는 자기의 의지에 반해 일반계고에 진학을 했고 공부에 관심이 없다 보니 학교생활이 즐거울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꿈을 잃어버린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나고 있다.

문제는 억지로라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힘들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지역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밖 청소년들의 범죄가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1500여명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으며, 우리 지역 소년범죄 중 학교밖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핵심은 우선 비자발적으로 일반계 고교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이들이 다시 꿈과 희망을 갖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문자들의 자발성을 촉진시키고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와 다양성의 확산으로 오늘날 공부는 개인의 선택사항이 되었다. 성공 방정식의 다양화와 각자가 원하는 진로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공부로 자신의 생애를 설계하고 그러한 설계에 따라 성장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그러한 방향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시켜주어야 한다. 공부 이외의 다른 다양한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각자의 요구에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결국 학교 내에서 보다 체계적인 투트랙(two track)을 운영하자는 이야기이다.

투트랙은 중학교 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다. 중학교 과정은 저마다 타고난 능력을 개발하여 자아를 실현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초핵심역량을 기르는 이외에도 심리정서적인 안정과 특히 미래 자신의 먹거리인 진로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자유학기제는 다양한 진로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 직업을 설계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따라서 학교는 현재와 같은 편협한 활동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진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지금처럼 학생들이 알아서 그것을 찾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가 보다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진로체험을 제공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량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일반계 고교과정에서도 학업 프로그램(진학)과 취업 연계 직업교육(진로)의 강화가 중요하다. 물론 고등학교 과정은 진로, 진학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길러 주어야 한다. 가령, 기초적 학습능력, 일반적 역량, 그리고 인성 등. 공통과정의 이수 이외에도 세분화 하여 공부로 성공할 학생들에게는 진학을 위하여 필요한 충분한 내용과 방법을 지원하여야 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비자발적 입문자들에게는 수요자가 원하는 직업 관련 제도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지역의 인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특별히 대학진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진로 관련 제도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학교 내 직업 프로그램의 활성화, 직업학교와 연계한 직업교육, 위탁 직업학교 운영, 그리고 대학과 연계한 직업 프로그램 운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사정이 허락하는 한 마이스터고 등을 포함한 전문계고를 확대해 진학부터 비자발적 일반계고 입문자들에게 문호를 넓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요자의 다양성을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전체 고등학교를 리셋해야 한다. 기존 학교의 다양화(가령, 특목고, 외고, 자사고 등)에 대한 재검토 외에도 학교 내에서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인 고교학점제 및 전공별 계열화에 대한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학생 개개인의 꿈을 실현시키고 갈수록 저하되는 기초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생에게 알아서 하도록 내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내에서 진학과 진로가 가능하도록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학생 맞춤형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