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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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2017년 07월 13일(목) 00:00
작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은 최순실 태블릿PC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것은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정도로 거대한 사건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은 마치 쓰나미처럼 대부분의 이슈를 삼켜 버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앞에서 어지간한 뉴스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유탄을 제대로 맞은 곳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다. 2016년 3월 미쉐린 코리아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의 발간을 공식 발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언론과 외식업계는 술렁거렸다. 1900년 프랑스의 타이어회사인 미쉐린에서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여행 정보지로 출간을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는 1926년부터 레스토랑 평가를 시작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로 인정받고 있다. 예정대로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될 경우 한국음식은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한 기준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는 기회가 될 정도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미쉐린 가이드는 평가원, 평가 대상, 평가 과정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다. 자연스레 소문과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은 과연 몇 개의 별을 받을지, 어떤 음식점들이 선정될지, 그리고 한국음식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일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정작 작년 11월 7일 그 실체가 공개되었을 때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은 여론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순전히 최순실 때문이었다. 나라 꼴이 엉망인데 음식점 평가서 따위에 관심을 가질리 만무했다. 비단 최순실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쉐린 가이드는 유럽 중심의 평가 기준, 지나친 상업성 등으로 예전에 비해 그 권위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 특히 서울 편의 경우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한식재단의 광고가 게재되면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두 기관이 광고를 게재하면서 미쉐린 측과 광고비에 대한 비밀유지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의혹은 증폭되었다.

사실 이런 논란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그 본질만 놓고 보면 출판사다. 보다 많은 가이드북을 판매함으로써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미쉐린 가이드는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드는 가이드북이다. 미쉐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쉐린의 평가원(Inspector)은 호텔학교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해마다 30,000Km가 넘는 여행을 하며, 160여 곳의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260여 곳의 음식점을 평가한다. 한 음식점을 최소 두 번 이상 방문하고 식사비는 직접 계산한다. 이를 위해 평가원 한 명이 1년에 쓰는 돈이 최소 1억5천만 원 이상이고 전 세계적으로 100명의 평가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쉐린은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해 가이드북의 판매 부수를 늘려야 하고, 광고도 실어야 하며,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유치해야 한다. 그런 가이드북이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고 믿는 것은 국정 농단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순실의 말을 믿는 것만큼이나 순진한 태도다. 그렇다고 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의 발간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하지만 여론의 추이를 가늠하는 지표로서 역할을 하듯, 미쉐린 가이드 역시 그와 유사한 기준에서 보면 나름 의미가 있다.

미쉐린 가이드에 실리는 음식점들 가운데 비중이 있는 평가 항목은 ‘미쉐린 스타’와 ‘빕 구르망’이다. 미쉐린 스타는 선정된 음식점에 1개∼3개의 별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평가원들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비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 및 일관성 등 다섯 가지 기준을 토대로 평가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며 미쉐린 100년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다. 서울 편의 경우 13만7천여 곳에 이르는 음식점 가운데 단 24곳만 하나 이상의 별을 받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13곳이 한국음식점으로 분류된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미쉐린 스타 음식점은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대중의 입장에서 미쉐린 스타보다는 빕 구르망이 오히려 흥미롭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로 물가와 연동해 구체적인 가격 상한선을 정한다. 유럽은 35유로, 일본은 5천엔, 미국은 40달러 이하이며 서울은 3만5천 원 이하로 정해졌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미쉐린 스타가 글로벌한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빕 구르망은 해당 국가의 지역성과 대중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서울 편의 경우 선정된 36곳의 음식점 가운데 무려 32곳이 한국음식점이다. 냉면과 칼국수 전문점이 각각 5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만두(4곳), 족발(3곳) 전문점이 선정되었다. 심지어 생태탕, 순두부, 추어탕 전문점까지 망라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저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서 선정한 음식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음식점으로 전혀 손색없다. 따라서 올 여름휴가 또는 서울 여행 때 요긴한 가이드로 활용할 만하다. 굳이 책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 강국답게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홈페이지(https://guide.michelin.co.kr).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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