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부평미클리닉 대표원장]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전체메뉴
[정성일 부평미클리닉 대표원장]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2017년 06월 22일(목) 00:00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하얗고 탄력 있는 피부에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섰다. 일단 환자가 들어오면 직업병처럼 안색을 살피고 얼굴 피부톤과 윤곽을 살핀다. 첫눈에 봐도 어딘지 모를 위축감과 어두운 얼굴은 필자의 마음도 불안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환자는 조심스럽게 미간의 주름을 없애는 시술을 받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왠지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두운 표정이 못내 신경이 쓰인 필자는 미간 주름 시술은 간단한 필러 주입으로 교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몇 가지 교정을 했으면 하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 환자는 튀어나온 턱(일명 주걱턱)과 치아 부정교합으로 좌우 비대칭이 심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에 움푹 꺼진 양 옆 볼에 볼륨 시술을 해 얼굴 전체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턱 라인의 비대칭 교정을 위해 약간의 필러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얼굴의 비대칭을 설명하는 일은 의사로서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진료실에서 의사의 조언은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 환자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체념한 듯 다시 그늘진 표정으로 시술 권유에 동의했다.

이런 경우 필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놓인다. 괜한 오지랖으로 또 뭔가 실수한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긴장되는 순간 손바닥에 일시적으로 땀이 맺히면서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다.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시술에 만족하지 못하면 온전히 책임은 의사에게 향하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 눈빛이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환자 앞에서 그런 필자의 내적 갈등을 표현할 수 없기에 의사들도 감정노동자임에 분명한 것 같다.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과유불급’을 떠올리며 ‘욕심내지 말고 최대한 자연스럽게’를 외치면서 두 달의 기한으로 잡고 단계별로 시술을 시행했다.

이 같은 쁘띠성형 시술을 처음 받아 보는 환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뭔가 결의에 찬 모습으로 시술에 임했다. 다행히 첫 시술부터 환자의 만족도는 상당히 좋아서 지속적인 추가 시술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부분 줄었다. 한 달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서 필자는 슬슬 마무리를 준비하며 남아있는 코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날도 평소처럼 진료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환자가 밝게 웃으며 본인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환자의 과거 얘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이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해소됐다.

본인은 소위 ‘주걱턱’에 굉장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양악수술을 몇 번 고려해 봤으나 수술은 겁나서 매번 차일피일 뒤로 미루다가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더 늦기 전에 수술을 결심하고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서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육아에 지친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젠 포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우울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져 두문불출하고 있을 즈음에 지인 소개로 병원에 오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술에 동의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첫날부터 지금까지 본인 인상이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필자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는 말에는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필자는 성형을 권장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성형이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다. 간단한 시술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면, 비용대비 효과적인 측면으로 볼 때 고려해 볼만 하다는 기본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물론 동서양을 통하는 미인의 기준도 없고 각자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모두 인정한다. 다만 각자의 기준으로 조금 더 예뻐지기 위해 자신에게 뭔가를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