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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광주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당연시된 것을 의문시하라
2017년 06월 14일(수) 00:00
‘긁어 부스럼’이라는 속담이 있다. ‘숙호충비’(宿虎衝鼻·자는 범의 코를 찌른다)라는 한자성어도 있고, 영어권에서도 ‘Let sleeping dogs lie’(잠자고 있는 개를 건드리지 마라)라 한 걸 보면 쓸 데 없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교훈은 동서고금이 상통하는 모양이다. 심리학 용어에도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라 해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도 움직였을 때의 손해에 더 신경을 쓰는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

선택을 앞둔 많은 이들이 공연히 건드려 좋을 것 없다는 경험론적 충고를 따른다. 행동하든 안 하든 손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덜 나쁘게 생각한다. 뭔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보다 크게 작용하여,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처럼 방해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나 ‘Better late than never’(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편이 낫다)처럼 행동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도 있다.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는 이야기도 있다. ‘3년 고개’라는 민담을 보면, 장에 갔다 돌아오던 할아버지는 한 번 넘어지면 3년밖에 못산다는 고개에서 그만 넘어지고 만다. 할아버지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버리고, 가족들은 할아버지 걱정에 전전긍긍이다. 이때 손자의 말 한마디가 걸작이다. “뭘 그리 걱정하세요? 그 고개에 다시 가서 10번 넘어지면 30년을 더 사실 수 있는데요.” 손자의 말 한마디에, 넘어졌다는 절망 상황은 더 넘어지면 좋다는 긍정 상황으로 바뀐다.

이를 다른 이야기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세 가지 소원’이라는 동화에서는 어느 날 가난한 부부에게 요정이 내려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엉겁결에 아내는 커다란 소시지를 달라고 했고, 정말 첫 번째 소원이 이뤄지자 화가 난 남편은 그 소시지가 아내 코에 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마지막 소원은 “코에 붙은 소시지를 떼어 주세요”였다. 그런데 세 번째 소원을 “앞으로 세 가지 소원을 더 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나 결단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교훈을 남긴 영웅도 있다. 프리기아(Phrygia)의 왕 고르디아스는 자신의 전차에 복잡한 매듭을 매달아 두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소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후로 수많은 사람이 매듭을 풀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신탁을 전해 듣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렸고, 예언대로 아시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과거 산업 사회의 패러다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거대한 물결이 이미 일상 곳곳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이 신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혁명적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패러다임에 순응하는 결과를 앨빈 토플러는 이렇게 비유했다. 아프리카 어느 강 유역에 수천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원시 부족이 있었다. 어느 날 상류에 백인들이 나타나 댐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부족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카누 만드는 법, 고기 잡는 법,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 그러다 댐이 완성되자 그 부족과 수천 년 동안 이어온 그들의 문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방적 암기, 정해진 정답을 찾는 풀이 교육이 인공 지능의 영역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어느 MBA 과정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아이디어를 최고의 아이디어로 바꾸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비데 겸용 정수기’를 괜찮은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후 역발상을 통해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당연시된 것을 의문시하고,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움을 찾아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