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 개헌에 대한 오해와 불편한 진실
2017년 02월 01일(수) 00:00
촛불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칠푼이 대통령’과 그 일당들에 대한 준엄한 응징, 민주정부의 수립과 한국 사회의 대대적 개혁, 그리고 이런 변화를 미래지향적 발전으로 이끌 새로운 헌법의 마련 등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개헌을 지지한다. 시기와 권력구조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선 전에 개헌을 하던 대선 후에 하든 개헌논의는 활발해야 한다. 대선 후에 개헌을 하더라도 대선 후보들의 개헌공약이 기자회견이나 토론장에서의 일방적 선언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밑으로부터 개헌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국회 개헌특위가 가능한 한 대선 전에 개헌안을 만들어 후보들의 대선 공약이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 및 국회와의 약속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약에 구속력이 따른다.

개헌의 내용에서 기본권 및 직접민주주의 요소 확대, 지방분권 강화 등에 대해서는 정당 및 대선 후보들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는 권력구조이다. 현재 선진 민주국가들의 권력구조를 살펴볼 때 순수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그나마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서 권력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분산되어 있다. 3권 분립도 잘 되어 있다.

히틀러에 맞서 싸운 영국의 처칠,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룬 서독의 헬무트 콜 모두 내각제와 연립내각의 수상들이었다. 내각제는 비효율적이고 연립내각은 나눠먹기 제도라는 주장에는 오해가 많다. 혹자는 일본의 예를 들며 내각제를 반대하는데 일본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 번도 피를 흘려본 적이 없다. 일본을 우리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 국민들은 알제리 식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리스마가 강한 드골을 정계 복귀시키면서 그의 요구대로 권력구조를 대통령제로 바꾸어주었지만 대통령에게는 외교와 국방을, 총리에게는 내정을 맡기는 식으로 권력을 분산시켜버렸다. 순수 대통령제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가장 절절하게 느낀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순수 대통령제를 가장 완강하게 고수하려 한다. 그들은 왜 미국식 대통령제를 고집하는 것일까? 대통령제여야 개혁다운 개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가 보건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민주주의와 국회를 존중하는 사람일수록 대통령의 권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같은 사이비 민주주의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권은 보수와 개혁진영이 번갈아 맡게 되어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치자.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시 지금과 같은 대통령 권력을 박근혜 같은 사람에게 넘겨주어도 되는 것인가? 끔찍스럽지 않은가?

혹자는 개헌론의 불순함을 지적한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제 지지 정치인들에게서도 이해타산은 발견된다. 그러니 개헌 문제를 순수성 여부로 논하지 말자. 나는 솔직히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개헌론자들을 외면하여 대선의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 개헌문제를 잘못 처리할 경우 민주진영 사이의 분열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문제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지방분권형 개헌도 가능하다. 나는 민주세력들이 공동의 개헌안을 만들고, 공동으로 대선에 임하고, 집권 후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집권 초 개헌을 단행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민주진영의 큰 집인 민주당은 개헌과 권력구조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야권과 민주세력의 단합을 이끌어내라. 동시에 여권세력들에게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문제에 대해 빅딜을 제안하라.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한국 정치는 획기적으로 발전한다. 이 절호의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정치력이고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이다. 제발,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지지하고 또 성공하는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