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영석 농협경제지주 팀장] YOLO, 한 번 뿐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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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대학을 다니던 딸아이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선언했다. 이유인즉 친구들과 두 달 동안 유럽을 다녀오겠다는 것이었다. 여행경비는 아르바이트로 벌고, 넓은 세상을 보고 오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를 해 장학금을 타고, 여행은 방학기간에 가면 된다고 설득해 보았지만 친구들과 한 약속이라며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것이 YOLO의 발현이라는 건 뒤늦게 알았지만 내 주변에는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지난 9월 옥스퍼드 사전 신조어에 오른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첫 자를 따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후회 없이 살자’는 뜻이란다. 너무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이나 고생스럽게 사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가자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왠지 내게는 놀고 보자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온다.
여하튼 아무리 양보해도 휴학까지 해가며 여행을 간다는 게 보통의 50대 가장인 내게 이해될 리 없었다. 더군다나 딸을 적극적으로 말리기는커녕, 남의 일 보듯 하는 아내는 내 속을 더욱 뒤집어 놓았다. 딸이야 철이 없어 그런다지만 ‘지금 안가면 언제 가보겠냐’며 편을 드는 판이니 집에선 나만 고집스런 ‘꼴통’에 왕따가 되어 갔다.
30년 전 대학 2학년이면 어려운 집안형편에 공부와 일, 취업고민에, 친구 서너 명만 모여도 나랏일에 애를 태웠건만 아이를 온실 속에서 자신만 아는 화초로 키워온 건 아닌지 후회스러웠다. 영어를 유창히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밥하고 청소하는 것마저 스스로 하려들지 않던 아이가 제 몸 건사하는 것도 어려울 터에, 여차하면 들려오는 테러소식도 쉬 마음먹을 수 없게 하는 걱정거리였다.
기어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를 두고 부부싸움을 몇 번 하고나서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숙소위치와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매일 전화한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는 출발했다. 프랑스, 독일, 터키 등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테러 속에서도 또래끼리의 여행이라, 영상전화 속 아이는 들떠 있었고, 감기에 걸리고서도 신나는 표정이었다. 여권을 잃어버려 난감한 지경에서도 공관을 통해 해결하고, 지갑을 잃어버려 중간에 돈을 보내긴 했어도 별 탈없이 돌아왔다.
지나고 보니 유학도 보낼진대, 여행 좀 다녀오는 게 뭔 소란이었던가 싶기도 하고, 한 학기를 보내기엔 너무 큰 투자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자식이 불안한 장래를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무엇하고 있었나 생각하니 부모노릇이란 게 새삼 어렵게 느껴졌다.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발행해 소비트렌드를 예측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는 올해 주목할 키워드로 ‘각자도생’과 ‘YOLO Life’를 꼽았다.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게 각자도생이고, 그 절박한 심정이 현실지향적 소비로 나타난 것이 ‘YOLO’라는 것이다.
과거나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언제일지 모를 일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맛있는 음식과 여행을 즐기고 순간의 소비를 지향하는 풍조.
옳고 그름을 떠나 내일을 위한 오늘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중년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달가운 현상은 아니지만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시대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다. 지금처럼 이자와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무언가 아끼고 희생하며 투자한다는 것이 부질없고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얼 준비한다고 잘 되리란 보장이 없는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늘어만 간다. 아무리 열심히 모아봐야 집 한 채 사기가 어렵고, 열심히 살아도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현실도피로 이어질까 무섭다.
문제는 남의 일이나 이웃집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에서 일어날 수 있고,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를 해 장학금을 타고, 여행은 방학기간에 가면 된다고 설득해 보았지만 친구들과 한 약속이라며 고집을 꺽지 않았다.
여하튼 아무리 양보해도 휴학까지 해가며 여행을 간다는 게 보통의 50대 가장인 내게 이해될 리 없었다. 더군다나 딸을 적극적으로 말리기는커녕, 남의 일 보듯 하는 아내는 내 속을 더욱 뒤집어 놓았다. 딸이야 철이 없어 그런다지만 ‘지금 안가면 언제 가보겠냐’며 편을 드는 판이니 집에선 나만 고집스런 ‘꼴통’에 왕따가 되어 갔다.
기어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를 두고 부부싸움을 몇 번 하고나서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숙소위치와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매일 전화한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는 출발했다. 프랑스, 독일, 터키 등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테러 속에서도 또래끼리의 여행이라, 영상전화 속 아이는 들떠 있었고, 감기에 걸리고서도 신나는 표정이었다. 여권을 잃어버려 난감한 지경에서도 공관을 통해 해결하고, 지갑을 잃어버려 중간에 돈을 보내긴 했어도 별 탈없이 돌아왔다.
지나고 보니 유학도 보낼진대, 여행 좀 다녀오는 게 뭔 소란이었던가 싶기도 하고, 한 학기를 보내기엔 너무 큰 투자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자식이 불안한 장래를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무엇하고 있었나 생각하니 부모노릇이란 게 새삼 어렵게 느껴졌다.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발행해 소비트렌드를 예측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는 올해 주목할 키워드로 ‘각자도생’과 ‘YOLO Life’를 꼽았다.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게 각자도생이고, 그 절박한 심정이 현실지향적 소비로 나타난 것이 ‘YOLO’라는 것이다.
과거나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언제일지 모를 일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맛있는 음식과 여행을 즐기고 순간의 소비를 지향하는 풍조.
옳고 그름을 떠나 내일을 위한 오늘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중년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달가운 현상은 아니지만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시대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다. 지금처럼 이자와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무언가 아끼고 희생하며 투자한다는 것이 부질없고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얼 준비한다고 잘 되리란 보장이 없는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늘어만 간다. 아무리 열심히 모아봐야 집 한 채 사기가 어렵고, 열심히 살아도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현실도피로 이어질까 무섭다.
문제는 남의 일이나 이웃집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에서 일어날 수 있고,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