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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공교육,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장 필 수
사회부장
2016년 09월 21일(수) 00:00
몇 년 전 광주 유명 공립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장은 재학생들의 대학 진학 결과에 대해 보고하면서 무겁게 입을 뗐다. “존경하는 선후배 동문 여러분. 우리 학교가 드디어 올해 서울대에 한 명도 입학시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보고를 마친 교장은 고개를 숙였고 동창회에 모인 쟁쟁한(?) 선배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교는 고교 평준화 이전까지만 해도 시험을 치러 입학하던 곳으로 전국적인 명문고였다.

2년 전, 광주 시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모 사립여고가 화제에 올랐다. 잘 나가는 일반계 사립여고도 한 해에 서울대 합격생을 3명 이상 배출하기 힘든데 평범했던 이 학교에서 8명이나 입학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6명을 서울대에 보내 신흥 명문고로 부상했다. 자연스럽게 이 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배정받은 학생들은 로또에 당첨된 듯 기뻐했다.

그리고 1년, 경찰이 발표한 이 여고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교 측에서 1학년 때부터 시험 성적 상위 10여 명을 골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특별관리하는 등 모든 것을 상위 1%의 학생들을 위해 지원했다. 이른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진학을 위해 생기부를 조작했고 1등급 학생이 2등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성적 조작을 시도했다. 저학력 학생에게 쓰도록 교육청에서 준 예산 수천만 원까지 상위 1%의 학생들의 교육비로 전용했다.

신흥 명문고로 뜬 이면에는 교장의 지시로 이뤄진 학교 측의 조직적인 조작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생기부는 차별장부’, ‘한 번 1등급은 영원한 1등급‘이라는 성적 지상주의 입시교육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능을 앞둔 광주 지역 고교생 대다수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하필 수사 결과가 수시모집을 앞둔 시점에 발표돼 광주 학생들의 이미지 추락은 불을 보듯 뻔했다. 생기부 조작이 전국적인 현상이고 교육부가 전수조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대학들이 광주 학생에 대해 갖는 선입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학교에 배정됐다고 좋아했던 학생과 학부모는 요즘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일찌감치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해 왔는데 문제가 터져 아예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이번 사태는 사립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광주 지역 사립학교의 배신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교사 채용 과정에서 7억 원을 받은 모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 등 친인척이 구속됐다. 이들은 교사 채용을 대가로 1인당 1억5000만 원까지 받아 챙겼다. 재단 법인실장의 집을 뒤져 보니 18억 원 상당의 금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립학교들이 재단에 내고 있는 법정 전입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립학교가 11곳에 달했고 채용 비리로 물의를 빚은 사학은 의무액의 1.8%인 300만 원밖에 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의 부조리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결국 광주시교육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무너진 공교육은 두 가지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명문대 진학이 어렵다고 학부모들이 꺼리는 공립학교를 명문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사립학교를 채찍질해 올바른 길로 유도하는 것이다.

공립학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지 교사들부터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때 학생들의 학력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사립학교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만큼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차별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지, 돈은 제대로 쓰이는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생기부 조작 사건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사립학교가 성적 ‘금수저’(상위 1%)만을 위한 학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공립학교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장휘국 교육감시대 6년. 광주교육의 현주소인데 이제 해법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