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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기부로 행복한 문화광주
2016년 09월 21일(수) 00:00
세계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미국 워싱턴 D.C는 문화수도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인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스미스소니언)을 비롯해 워싱턴 국립미술관, 필립스컬렉션, 코코란 갤러리 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미스소니언은 워싱턴 D.C의 랜드마크다. 도시의 심장부인 내셔널 몰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항공우주미술관, 프리어 & 새클러 갤러리, 허시혼 미술관& 조각공원 등 산하에 16개의 미술관을 거느리고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현대미술만을 전시하는 ‘허쉬혼 미술관 &조각공원’은 가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미술관의 설립자는 라트비아 이민자 출신의 사업가 조셉 허쉬혼(1899∼1981). 1950년대 우라늄에 투자해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그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작가들의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에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 에드 워드 호퍼의 ‘Eleven A.M’,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의 ’비디오 성조기’ 등도 들어있다.

80살이 될 무렵, 컬렉션이 6천여 점에 이르자 그는 후손들에게 가보로 물려줄까 고민하다가 ‘만인의 행복’을 위해 스미소니언에 기증했다. 스미스소니언은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 명칭을 허쉬혼 미술관으로 정했다.

허쉬혼 미술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건물 주변의 야외조각공원이다. 19세기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비롯해 브루델, 마티스, 피카소, 헨리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시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일상의 여유와 삶의 활력을 얻는다.

사실 미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생활화된 ‘기부천국’이다. 스미스소니언의 경우 1846년 영국 출신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슨(1765-1829)이 미국 정부에 기부한 50만 달러가 씨앗이 됐고 ‘내셔널 트레저’로 불리는 워싱턴 국립미술관은 금융인인 앤드류 W.멜론, 필립스컬렉션은 기업가 던컨 필립의 ‘통큰 기부’가 밑거름됐다.

최근 광주에서도 기부가 모태가 된 야외조각공원이 탄생해 화제다. 지난 12일 남부대 우암동산에 모습을 드러낸 ‘정윤태 조각공원’이다. 원로 조각가 정윤태(70·전 조선대 미대학장)씨와 제자들이 학교 측에 기증한 28점으로 꾸며졌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00여 억 원이 넘는 규모다. 노 작가는 “학업과 일상에 지친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사색과 여유의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놓게 됐다”고 한다.

비단 정씨만이 아니다. 근래 지역에선 한국화가 금봉 박행보, 서양화가 오승우·강철수, 사진작가 강봉규씨가 자신들의 예술혼이 깃든, 분신과 같은 작품들을 잇달아 기증해 훈훈함을 주고 있다. 단지 예술품을 재테크 수단이나 가문의 유산으로 여기는 일부 상류층의 이기주의와 대조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득, 정윤태 조각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부는 도시를 빛내고 세상을 바꾸는 묘약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