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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김영란법과 친해질 때
채 희 종
사회2부장
2016년 08월 31일(수) 00:00
나라가 온통 ‘영란이 배우기’ 모드에 들어갔다. 새로 생긴 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온 국민이 ‘열공’ 중이다. 직접적인 법 적용 대상자가 4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경제활동 인구의 대다수가 이번에 시행되는 법을 숙지해야만 한다.

제헌 이후 국가보안법만큼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의 대상이 됐던 법률은 없을 것이지만 이 논쟁은 일반 국민이 아닌 보수와 진보, 또는 정치세력 간의 대립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온 국민이 직간접의 관련자인 점, 반대가 많은 점, 특히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에도 시비가 계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헌정사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말 많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9월28일)이 4주 앞으로 다가왔다. 법률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자영업계와 농·수·축산계의 피해 완화를 위해 논의됐던 식사·선물·경조사비 가액 기준 상향 요청이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를 포함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법이다. 100만 원 이하 금품 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직무 관련 없이 100만 원 이하를 받더라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해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는 3·5·10만 원이 상한선이다.

애초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공직 부패 척결이었던 만큼 예상과 달리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필자(기자)는 공직자들보다 할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가로부터 임금을 받지 않으며, 정년도 보장되지 않고, 그렇다고 사업 인허가권도 없고, 연금도 받지 않는 데 공직자와 같은 취급이라니….(솔직히 약간 억울하기도 하다) 지금도 기자 개개인은 물론이고 매체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다.

김영란법에 대해 찬성하는 기사나 사설들은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인 양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까지 들먹인다.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이제 영란법과 친해져야 함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사실 이 말도 그가 한 말은 아니라는 게 정설임)라는 명언은 인용 의도와는 달리 ‘잘못된 법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소크라테스의 친구와 제자들은 그가 부당하게 죽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며 투옥돼 있는 동안 죽마고우 ‘크리톤’은 감옥에 면회를 가서, 모든 조치를 마쳤으니 탈옥하자고 권유한다.

이 때 소크라테스는 “나는 하루를 살아도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다. 성인이 된 후 아테네의 법을 따르기로 맹세했다. 내가 동의했던 법을 따라 지키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가 법에 따라 사형을 당한 것은 ‘무조건 법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 동의한 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어떤 법이든 국민의 동의와 절차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은 이미 국민의 과반수가 찬성한 데다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면서 동의 절차를 모두 마쳤다. 물론 처음 접하는 법이니 만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다. 법은 국민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이 새로운 제도로 인한 불편을 넘어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김영란법은 실패할 수도 있다.

이제 법 시행에 따른 선의의 피해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할 때이다. ‘3-5-10’ 상한선에 따른 자영업자와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있는지 살피고,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등 충격파를 줄이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