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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공서(廉政公暑)
홍 행 기
정치부장
2016년 08월 03일(수) 00:00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지자체 일부 고위 간부들이 비리와 부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 보여주듯, 공직자들의 부패가 그만큼 심각한 때문일 터다.

객관적인 평가를 보더라도 우리의 부패 수준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적 반부패 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웃 국가인 홍콩의 부패인식지수는 75점으로, 전체 168개 조사 대상 국가 중 최상위권인 1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37위다. 그럭저럭 상위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 경쟁 상대로 꼽히는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공동 27위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사실상 ‘최하위권’인 셈이다.

최근 EU(유럽연합)로부터 ‘혁신 실적 1위 국가’로까지 꼽힌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왜 이렇게 뒤처져 있을까? 부패인식지수는 공공 부문의 부패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부패가 그만큼 만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는 홍만표·진경준·우병우 사태는 우리 공공기관, 공공권력의 부패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우리를 현저하게 앞선 홍콩도 1970년 때까지는 말 그대로 ‘부패의 온상’이었다. 아편전쟁에서 참패한 중국이 영국에 할양한 뒤부터 홍콩은 자유무역지대라는 지리적 이점, 중계무역과 풍부한 노동력, 그리고 영국식 제도와 인프라를 무기 삼아 성장 가도를 내달렸다. 그러나 어디에서나 그렇듯,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패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당시 홍콩에선 경찰이 부패 조사권을 갖고 있었기에 경찰은 부패 혐의로 발각되거나 처벌되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이란 직업은 ‘저위험, 고수입’의 대명사로 불렸다. 물론 홍콩도 경찰청 수사국에 반부패국(ACB), 반부패부(ABO)를 설치해 부패를 감시했지만 경찰에서 독립하지 못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냈다.

결국 1973년엔 430만 홍콩달러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경찰 간부 고드버(Godber)가 영국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6개월간의 전국적인 시위 끝에 고드버는 홍콩으로 소환돼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패와 사정을 총괄하는 검사장과 민정수석이 되레 부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홍콩 정부는 1974년 총독 직속으로 경찰 및 행정기구와 독립된 체계를 갖춘 ‘염정공서’(廉政公暑·ICAC)라는 조직을 탄생시킨다. 염정공서의 3대 조직 중 하나인 ‘집행처’는 사건의 접수와 수사를 맡았으며, 영장 없이도 체포와 가택 수색을 할 수 있었다. 또 ‘방지탐오처’는 부패 방지를 위한 공무원 교육을 담당했다. 특히 ‘사구관계처’는 부패 방지를 위한 일반 시민 교육과 함께 언론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패 경찰관을 대거 잡아들이는 바람에 경찰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염정공서의 활약에 힘입어 홍콩은 2004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146개국 중 16위, 2008년에는 12위로 뛰어올랐다. 당시 한국은 40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염정공서의 성공에 대해 “기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등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적 설계와 법 집행이 잘 이뤄진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과 홍보를 통해 ‘부패의 폐해는 부메랑처럼 결국 모두에게 되돌아온다’는 시민의식이 형성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로 홍콩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부패 방지 및 신고 교육을 했다. 또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매체에는 염정공서 직원이 부패를 단속하는 드라마와 다큐를 편성, ‘부패와의 전쟁’에 여론의 지지를 끌어들였다.

공수처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염정공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독립된 수사권 확보도 중요하지만 특히 청렴한 사회가 삶의 질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점, 그리고 지연·학연·혈연으로 이어진 부패의 고리는 결국엔 사회를 망치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을 모두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