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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기요금 누진제인가
김 일 환
편집부국장
2016년 07월 06일(수) 00:00
매번 받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이지만 납부 금액만 확인할 뿐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관리비 고지서는 가계 운영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좋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름철이 다가오면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다름 아니라 전기 누진세 때문이다.

일찍 찾아 온 더위 탓에 아무 생각 없이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하기라도 했다간 다음 달에 어김없이 요금 폭탄을 맞는다. 요금 단가가 6단계로 돼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순차적으로 높은 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관리비 고지서에 나와 있는 정보를 참고해 세심하게 전력량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행 누진제 전기요금은 100㎾h 이하로 사용할 경우 ㎾h당 60.7원이지만 500㎾h를 초과할 경우 705.5원으로 11.6배의 차이가 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의 경우에는 평소 사용량보다 60∼100㎾h 정도 증가하는데 평소 300㎾h를 사용하는 가정이 60㎾h를 더 사용한다면 요금은 4만4390원에서 6만 6100원으로 전기요금이 약 50%가량 늘어난다. 또 500㎾h를 사용하던 가정이 100㎾h를 더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13만260원에서 21만7350원으로 67%나 급증한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를 과소비하는 것이 공동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문제는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도 전기요금 누진제가 가정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쓰는 전기는 누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생산원가 (㎾h당 113원)보다 싸다는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산업용(㎾h당 107원)은 가정용(평균 123원)보다 싸다. 상가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도 단일 요금제다. 어찌 보면 가혹하게 가정에만 전력 관리의 짐을 지우는 셈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구조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 중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 산업용이 56.6%, 일반용(상업지구 등)이 21.4% 그리고 나머지는 기관용 등이다. 그런데도 누진제는 가정에만 국한, 국민 가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정용 전기는 여름철만 되면 애꿎은 희생양이 된다. 지난 2011년 대정전 사태 이후 여름철만 되면 전력 대란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지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에어컨 등 냉방기 온도 올리기, 사용 자제 등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다. 고작 10%대인 가정용 전기가 전력 대란의 주범인 양 몰아가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지난 74년 산업화가 최우선의 가치이던 시절 시작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40여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돼 전력 사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원전 증설을 통해 전력 공급 환경이 상전벽해로 변했지만 일반 가정의 부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몇 차례 누진제 단계별 요금 조정과 여름철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 조치가 있었지만 그것은 본질을 호도할 뿐이다. 주부들은 올 여름 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면서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만 한다.

최근 국회 산자위 에너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 여당 의원이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 상시 인하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단방 처방밖에 되지 못한다.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징벌적인 성격이 강한, 더 나아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누진 요금제의 틀을 이제는 손봐야 할 때가 됐다. 올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은 서둘러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kih8@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