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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와 ‘두다’ 야구장서 보고 싶다
윤 영 기
문화미디어부장
2016년 06월 22일(수) 00:00
서울에서 애니메이션 창업의 꿈을 키우던 박일호(43) 씨. 그의 삶은 고단했다. 아이디어를 들고 유명회사를 찾았지만 모두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절망 끝에 섰을 때 희미하지만 한줄기 빛이 보였다. 지난 2007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금 1억 원을 걸고 기획창작 스튜디오 지원 대상자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공모에 뽑힌 그는 광주로 삶터를 옮겨 ‘마로 스튜디오’(MARO STUDIO)를 차렸다. 박 대표가 ‘문화산업 불모지’ 광주에서 씨 뿌리고 싹을 틔운 작품이 ‘우당탕탕 아이쿠’다. 국내 최초 어린이 안전교육 콘텐츠 1호인 ‘우당탕탕 아이쿠’는 ‘애니메이션 제작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EBS 전파도 탔다. 공모작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해당 회사 PD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낯선 캐릭터지만 아이쿠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아이쿠 왕자님’으로 불리며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다. 후속작 ‘으랏차차 아이쿠’가 제작돼, 다시 EBS에서 방송될 정도다. 경찰의 어린이 안전 캠페인과 홍보 캐릭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어른들의 ‘조심해’ ‘하지마’ 식 명령조에서 벗어나 ‘다소 덜떨어진’ 주인공 아이쿠를 내세워 어린이들을 까르르 웃게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교통·생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게 특징이다.

마로스튜디오는 최근 중국 아이치이사(社)와 협력 체계를 구축, 현지 인터넷 채널을 통해 ‘으랏차차 아이쿠’를 내보내고 있다. 아이치이사는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내 온라인 전송권을 사들여 대박을 터뜨린 회사다.

지난 2010년 광주에 둥지를 튼 최병선(44) 아이스크림(EYESCREAM) 대표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핫’(hot)한 인물이다. 대표작 ‘두다다쿵’도 시즌2까지 제작돼 EBS에서 어린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작품 줄거리는 바깥세상을 난생 처음 경험하는 여섯 살 두더지 ‘두다’가 꼬마 숙녀 ‘다다’와 좌충우돌 자연을 탐험하고 체험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유아교육 애니메이션이다.

최 대표는 지난 2015년 중국 대표적 IP TV인 텐센트(Tencent) 등 채널에서 두다다쿵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청도문화발전유한공사와 두다다쿵 키즈카페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 교두보를 확보했다. 다음 주에는 중국 청도에 두다다쿵 키즈카페 1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카페 규모는 350평가량으로 향후 5년 동안 중국 전역에 모두 50곳이 개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1세대 업체의 노력으로 광주는 문화콘텐츠 산업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었다. 최근엔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광주창작콘텐츠 산업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 협회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 사업에 공모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사단법인 전환을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광주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말하면 믿는 단계까지는 왔다”고 자랑한다.

이처럼 굳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가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다.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어린이 ‘팬심’을 모으고 지역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연예인의 운명과 같다. 유명세를 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수익 창출 기회도 무한하게 열린다. 기아 구단의 도움이 그래서 필요하다. 타이거즈라는 움직이는 전광판에 광주 문화산업 아이콘이 등장하면 날개를 단 격이 될 것이다.

이미 국내 구단에서는 인기 캐릭터를 유니폼에 새겨 넣어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적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는 일본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유니폼을 3차례에 걸쳐 제작했는데, 모두 판매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 와이번즈는 지난 2015년 포켓몬 코리아와 공동 마케팅 계약을 맺고 피카츄 캐릭터를 내세워 어린이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어린이 대통령’ 뽀로로를 가족으로 영입한 바 있다.

기아 타이거즈 역시 멀리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이미 어린이 팬을 확보하고 있는 광주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아가 야구만 파는 게 아니라, 광주문화를 파는 메신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팬들의 사랑을 되돌릴 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야구는 기본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