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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희망 어디에서 찾을까
김 일 환
편집 부국장
2016년 04월 13일(수) 00:00
최근 서울과 대구 지역 그리고 광주 지역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행사의 만찬장에 모인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로 흘렀다. 서울 언론인은 “대구에서 집권당 후보가 아닌 누구와 누구가 선택받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는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 지역에 대해서도 “2개의 야당이 경쟁하고 있지만 또 집단 투표가 예상된다며 선거 변별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구 언론인의 생각은 달랐다. “집권당이 힘이 있어야 정국을 풀어가는 데 동력을 얻기 때문에, 그 힘을 모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광주 언론인인 필자는 현대사의 고비마다 선택의 중심에 섰던 광주가 지켜 온 정신, 광주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선도했던 그 선택의 위대함을 강변했다.

토론은 계속됐지만, 지역마다 생각의 차이를 확인할 뿐 접점을 찾을 순 없었다. ‘정치 토론에 답은 없다’라는 생각에 모두가 공감하는 터라 결론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렇듯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역마다 다르다. 특히 영·호남 지역은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지역주의 망국병이라 비판하지만, 그 장벽은 엄연하게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애써 외면하려 해도 떨치지 못하는 망령처럼 되살아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한국 정치 후진성의 지표’라고 말한다. 영호남이 지역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말인 즉, 여야가 각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은 사라지고 그 결과 혁신이나 소통은 기대하기 어렵고 이러다 보니 정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 과정에서 여야는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주의에 기대는 선거 운동을 서슴지 않았다. 당 대표가 나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연히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지역에 기댄 당 바람몰이에 더 신경을 썼다. 지역주의 선거의 고질병이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물론 이번 총선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지난 보선에서 이정현 새누리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당선된 것이 기폭제이기는 하지만 19대 총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의미 있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영남 지역 일부 야당 후보가 선전을 펼치고, 호남에서도 여당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용기 내어 도전하는 것은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밀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당장 오늘 밤이면 유권자들의 신성한 선택의 결과가 나온다. 당선이든 낙선이든 이들의 선전은 두고두고 이야기되겠지만 그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들의 노력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은 여당, 호남은 야당’이라는 고착화된 인식을 깨부수고, 나아가서는 망국병인 지역감정의 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또 다른 이가 그 길을 도전할 수 있게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년이면 민주화 30년을 맞는다. 더불어 정치에 지역주의가 등장한 지도 30년이다. 한 세대를 지날 만큼 우리 정치는 밝음과 어둠이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보여 줬다. 새로운 세대로의 도약 시점에 새로운 정치는 시대적 소명이다. 그 말은 지역주의라는 어둠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말로 귀결된다. 이번 총선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