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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건축사·양림플랫폼 대표]설계자를 기억하지 않는 문화전당
2016년 02월 17일(수) 00:00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 특히 자기 건물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좋은 건축, 멋진 건축, 잘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있으면 흥분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 건축물과 많은 대화를 한다. 건물 주인이 누굴까도 궁금해 한다. 잘 정비된 제도나 행정, 건설 시스템을 부러워한다. 제대로 관리·운영되는 것이 부럽고, 설계자(건축가=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그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에 감탄하게 된다.

오래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을 방문했을 때 로비에 웬 흉상이 있었다. 당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공연장 설계자라고 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한스 샤론(Hans Scharoun)이다. 그렇다면 그의 흉상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를 경험하며 설계자로 사는 것에 대한 보람과 잠시나마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후 내가 설계한 건물에 나의 흉상이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영광을 위해 더 치열하게 작업해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었다.

호주 하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연상한다. 이 건물의 원 설계자는 요른 윳존(Jorn Utzon)이다. 발주자 측과 공사기간과 시공성, 예산과다 지출 등등의 문제로 시공 중에 결별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대도 2007년 현지를 방문했을 때 건물내부에 커다란 요른 윳존의 기념공간이 있었다. 그의 건축 철학을 기리고 공유하며,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문화의 차이인지, 건축물이 유명해저서 그런 것인지, 어찌됐건 설계자에 대한 예우는 부러웠다.

일본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다. 그가 설계한 고베에 있는 효고 현립미술관엔 안도다다오 기념공간을 크게 만들어 그의 건축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 많은 작품을 설계한 예술의 섬 나오시마엔 안도 박물관도 있다. 그곳엔 안도가 설계한 설계도와 모형이 전시되어 그의 건축세계를 체험할 있도록 되어 있다. 단지 건물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한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게 아니다. 설계자의 디자인 철학, 방법, 가치를 공유하며 기억하고 있었다.

왜 그들은 그렇게 할까? 이는 ‘처음’ 개념을 설정하고, 방향을 잡은 그 창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높고 중요한 만큼, 그만큼의 올바른 평가라 생각한다.

‘콜롬버스의 계란’처럼 알고 보면 계란을 세운다는 게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나 처음 하는 사람에겐 창의적 생각과 용기가 함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설계, 건축물의 처음 방향을 잡고 개념을 도출하는 것, 그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 분야가 발전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커다란 관광자원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설계자를 인정하고 그의 건축철학을 알려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2015년11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2005년12월에 국제 현상공모에 의해 건축가 ‘우규승’ 안이 당선되었다. 당선된 작품이 일부 조정되어 거의 초기 개념으로 완공되었다. 그런데 개관식 장소에선 설계자는 뒷전에 있었다. 전면엔 정치인들만 있었다. 문화전당 개관식에 필요한 문화는 없고 정치적 문화행사로만 느껴졌다. 비록 이런 느낌은 나만이 아니었다란 것을 추후 알게 되었지만…

문화전당 내엔 설계자 우규승에 대한 기억의 공간이 없다. 단 설계 진행 과정의 초기 모형과 기본설계도 일부, 설계자가 개념을 설명하는 동영상만 타 전시와 함께 보여 질 뿐이다. 문화전당 설계자의 공간을 상설전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의 건축철학과 건축작품 등을 알려 줘야 한다. 그래야 문화전당도 제대로 알 수 있다. 이는 문화전당과 그 주변 도심의 변화과정 등을 함께 보여줄 기념공간이 되어야 한다. 옛 도심의 공간구조 변화와 그 속에서 문화전당의 건축적 특징 등을 전시한다면 ‘광주’도 알릴 수 있고, 문화전당의 철학과 개념, 특징 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아트숍에도 건축물 형상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 설계자와 문화전당에 관련된 책과 다양한 소품 등을 전시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전당 관련 사진엽서이왼 이곳만의 정체성이 있는 물건이 없다. 문화전당 아트숍엔 이곳만의 영혼이 없다.

건축물과 이를 설계한 건축가는 내부 운영 콘텐츠와 더불어 중요한 문화·관광자산이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이 이런 것들인데도 이를 가장 소외시키고, 기억하지 않는 문화전당이 아쉽다. 이에 관심이 별로 없는 지역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