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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 전남도립대 외래교수]장관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를 보며
2016년 01월 13일(수) 00:00
작년 2월 미국 현 존 케리 국무장관의 이야기다. 그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았다. 당시 폭설로 눈이 많이 쌓였는데 케리 장관은 집에 없었고 대통령을 수행해 사우디를 방문 중이었다. 하지만 한 시민이 장관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았다고 고발했고, 벌금 50달러를 부과 당했다. 그것을 알게 된 케리 장관은 잘못했다며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이는 한 나라의 법이 분명히 살아있으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은 보통 자기 집 앞 눈은 집주인이 치워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비슷한 조례가 있다는데 눈을 치우지 않아서 벌금을 물렸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더군다나 공무를 수행 중인 장관에게 벌금 물린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의 본질은 준법정신이다. 이렇게 늘 일상 속의 생활법규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지킨다는 정신과 실천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성한 국가라고 평가받는 미국을 만든 것이리라.

우리를 되돌아본다. 상당수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온갖 법을 지키지 않아 큰 비난과 함께 고발, 해임되며 형사처벌이 일상화가 되었다. 특히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부분 위법·탈법임이 확인되고 있다. 몇 해 전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정원장과 당대표와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 등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우연히 일치였을까?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법을 어겨야만 했을까?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법의 존재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분단의 현실에서 병역이 불확실한 고위 공직자들이 군을 방문하여 장병들을 위로, 훈시할 때에 “당신들이나 잘해”하며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행정 사법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아들 중에서 외국국적 취득으로 병역면제 사례가 18명이었다. 한 간부 아들들의 캐나다 국적취득과, 지자체 산하단체장 아들들이 스위스 국적취득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고위 공직자가 본을 보여야 되지 않느냐?”고 따지자,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는데 아버지가 어쩌란 말이냐?”며 비굴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 국적을 포기하고 병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최근 3년 동안 계속 늘고 있는데 국적 이탈 및 상실자 수는 총 1만2677명이라고 한다.

이처럼 공직자들은 병역비리뿐만 아니라, 이중국적, 수상한 재산신고와 형성과정 의혹, 편법증여 및 증여세 탈루, 방사체 및 무기관련 비리 등 여러 분야에서 불법을 행했다. 또한 각종 기관들의 성과급 챙기기와 보너스 만들어 주기, 시간외수당 훔쳐먹기, 거짓출장과 방만한 예산집행, 법인카드 함부로 쓰기, 해외연수의 비리와 거짓 보고 등 셀 수 없는 부정, 탈법 등의 모습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또한 올 4월 총선 정국에서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꾼들의 ‘이합집산’, ‘동분서주’하는 일 또한 추한 모습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소위 ‘갑’의 위치와 ‘양지’에서 군림하고 있는 ‘비리 공화국’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릴 더욱 서글프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괄목할 만한 큰 열매를 거뒀다. 2015년에 발표한 세계 GDP(달러)에서 우리는 캐나다(1조 6155억 달러) 다음으로 11위(1조 3929억 달러)이며, 1인당 GDP는 25위의 일본(3만 3223달러), 쿠웨이트(3만 2720달러), 이탈리아(3만 594달러)에 이어 세계 28위(2만 8338달러)이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성과인가? 작은 한반도의 남쪽(면적 세계 109위)에서 5100만명(세계 26위)이 이룬 피땀의 열매로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당당하지 않은가?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준법정신으로 생활하며 서로 배려·상생하여 칭찬의 릴레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또한 올 9월 말에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도 아예 필요 없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