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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돈 동아병원 원장]환자들은 쉬고 싶다
2015년 12월 02일(수) 00:00
회진을 하다 보면 종종 ‘면회사절’이라는 문구가 병실문에 걸려있는 것을 본다. 병실문을 두드려 회진하는 것 조차도 미안해진다. 그동안 우리는 가족, 친척, 평소 알고 지내던 주변사람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병문안을 가서 인사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을 반드시 지켜야할 미덕으로 여겼다. 특히 집안의 어르신이나 직장의 상사라면 병문안을 가지 않는 것은 거의 불경죄에 해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과거 신종플루가, 그리고 몇달 전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이 유행할 때에는 병원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싹 사라졌다. 환자들 조차도 병원에 오는 것을 꺼릴 정도였다. 병원에 와서 병을 고치는게 아니라 병을 얻어갈 수 도 있다는 걱정이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렸을 것이다.

이제는 병문안이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꼭 필요한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7일 중동호흡기 증후군을 확산시킨 계기가 되었던 입원환자의 병문안을 줄여나가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의료계, 학회 등의 의견을 모은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했다.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후속 조치로 운영 중인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가 나서서 병문안 기본 수칙 및 허용 기준 등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기본원칙은 병문안 자체를 자제하는 것으로 병문안이 환자 치료나 회복에 바람직하지 않고 환자나 병문안객 서로에게 감염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 스스로가 병문안 자체를 줄여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필요한 병문안을 위한 기준으로 일일 병문안 허용시간대, 병문안 제한이 필요한 사람, 준수 수칙이다.

병문안 시간대는 평일에는 오후 6∼8시,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낮 12시와 오후 6∼8시로 ‘공통기준 방문시간’을 정하여 전국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동일한 시간에 병문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병문안객을 대상으로 일일이 해당여부를 확인하자는 뜻은 아니다. 준수 수칙으로 병문안객은 의료기관의 출입 전후에 반드시 손을 씻고 기침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의료기관은 병문안객이 손을 씻고 소독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야 하며 꽃, 화분, 애완동물, 외부 음식은 반입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세 번째는 병문안객 명부작성이다. 입원실이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병상에 환자별 병문안객 기록지를 두어 병문안객이 스스로 작성하고 대부분의 감염성 호흡기 질환의 잠복기가 30일 미만이므로 퇴원일로부터 30일까지 보관 후 파기하는 것으로 권고 하였다. 이는 유사시 역학조사를 위한 최소한의 단서 확보 차원이기로 하다.

네 번째는 의료기관 상시 출입자 관리와 법제화 방안이다. 의료기관을 상시 출입하는 사람(의료기 납품업자, 세탁물처리업자, 영업사원), 환자 간병인, 직간접 고용인력(청소, 환자이송, 조리 등)에게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출입증의 교부와 관리를 권고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의 병문안은 ‘문화’였다. ‘문화’를 ‘법’이나 ‘규정’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 안전과 전염병 관리 등 우리 사회 의료시스템의 한단계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환자안전 뿐만 아니라 병원 직원을 포함하여 병원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중요하였으나 개인의 노력으로 조심하고 해결해야 했다. 이제는 개개인의 주의와 노력이 아닌 의료시스템의 변화로 ‘의료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아파서 입원했는데… 아파서 쉬고 싶은데 오죽하면 면회사절일까? ‘면회사절’이라는 개인의 적극적인 방어 보다는 이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병문안이 환자 안전과 나를 포함한 병원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의식의 변화가 ‘의료문화’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런 변화를 의료기관에만 떠 맡겨서는 안된다. 시민단체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전 사회적인 노력과 치밀한 준비로 이번 권고안을 지키고 또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