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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아 샤이닝(U are Shinning)
2015년 06월 03일(수) 00:00
지난해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영국 런던의 이스트엔드를 찾았다. 템스강 동쪽에 자리한 이스트엔드는 뮤지컬의 본고장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즐비한 웨스트엔드에 비해 낙후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둘러본 이스트엔드는 더 이상 런던의 뒷골목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중심부에 자리한 스트래트포드는 과거 슬럼가의 흔적을 찾기 힘든 ‘핫 플레이스‘였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의 메인스타디움이 들어서면서 지역 전체가 ‘올림픽 효과’를 누리고 있는 덕분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런던 올림픽 이후 전 세계에서 스트래트포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짧은 취재일정 때문에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했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선 폴 매카트니의 ‘헤이 주드’(Hey Jude)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사실 런던 올림픽의 개·폐막식은 문화강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세기의 이벤트’였다. 특히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를 주제로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그려낸 개막식은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연출을 맡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감독 대니 보일은 총 2700만 파운드(약 480억 원) 예산으로 셰익스피어, 비틀즈, 007 제임스 본드, 미스터 빈, 해리포터 등 영국산(産) 아이콘들을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 고품격 문화개막식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개막식의 엔딩 무대를 장식한 팝의 전설 폴 매카트니의 등장은 압권이었다. 피아노를 치며 ‘헤이 주드’를 부르던 그가 후렴구인 ‘나∼나나나∼’ 부분에서 무대 중앙으로 나와 8만 여 관중의 ‘떼창’을 유도한 장관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내 주위엔 ‘헤이 주드’를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그날’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개·폐막식은 단순한 의식행사가 아니다. 개최지의 과거와 역사는 물론 그 나라의 문화적 상상력과 역량을 집약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3분의 1에 불과한 예산으로 감동의 무대를 연출할 수 있었던 런던의 힘은 다름 아닌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외국언론으로부터 ‘최악의 개막식’이라고 혹평을 받은 인천 아시아게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230억 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스토리’ 보다는 싸이, EXO 등 한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워 공감을 얻지 못했기때문이다.

’컬쳐버시아드‘(Culture와 Universiad의 합성어)를 내건 2015 광주 하계U대회 개막일(7월3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박명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번 U대회의 개막식 주제는 ‘U are Shinning’(젊음이 미래의 빛이다)’. 광주와 한국의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세계의 젊은이들이 소통하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꾸민다는 복안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을 여력이 없는 광주로서는 ‘스케일’보다 ‘퀄리티’로 승부해야 하는 만큼 기대를 갖게 한다. ‘런던’ 못지 않는 광주의 기적이 펼쳐질 ‘컬쳐버시아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