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탄 광주지하철
  전체메뉴
호랑이 등에 올라탄 광주지하철
류 동 훈
행복문화사업단 단장
2015년 02월 11일(수) 00:00
작년 8월 완도군 청산도에 농촌체험행사를 가서 범바위를 올라간 적이 있다. 자석 성분이 강한 범바위 근처에서는 나침반이 빙빙 돌고, 바위에서는 바람소리가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난다 하여 범바위라고 부른다. 바다 풍경은 한 폭의 낭만적인 그림이다. 그 범바위 앞에 호랑이 모양의 조각이 있어 사람들은 그 위에 올라타 범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필자도 그 호랑이 위에 올라타서 한참을 멀리 바다를 내다보았다. 그때 광주에서는 지하철 2호선 재검토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을 때였다. 나는 호랑이 바위에 앉아 광주 지하철을 고민했다.

광주는 지하철 문제에 있어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생각했다. 지하철 1호선은, 순환선인 2호선과 광주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3호선을 전제로 하여 광주를 가로로 지르는 직선 노선이 만들어졌었다. 다시 말해 지하철 1호선은 2호선이 만들어졌을 때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2호선 건설 중단을 재검토하였으나, 최종 결론은 2호선을 교통 복지차원과 도시경쟁력을 고려하여 건설을 추진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이제 광주는 2호선 건설을 위해 지역의 역량을 모아 갈 것이다. 당분간 2호선 건설 동안 일정 정도의 교통정체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철 2호선이 가져올 재정적 부담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호랑이 등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 정신 바짝 차리고 호랑이와 친한 친구가 되어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딸아이가 둘이 있다. 딸 아이 둘이 서로 사이좋게 그림 그리기도 하고, 어울려서 노는 것을 보면 서로 평생 의지하면서 살아갈 것 같아 흐뭇하다. 지하철 2호선도 마찬가지다. 1호선과 보완 기능을 하면서 승객 확대와 쾌적한 도심 교통을 유지하는 데 기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2호선을 맞이한다면 광주 시민들의 삶은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광주는 ‘광주를 살리고,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지하철 2호선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중교통 사랑운동’이다. 아무리 좋은 지하철을 만들어 놓아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현재 버스만으로는 시민 만족도가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지하철2호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지하철은 빠르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하다. 그래서, 시민들은 지하철을 광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을 기울여서 타 보아야 한다. 그 지하철에서 광주의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지하철을 많이 이용해서 본전을 뽑아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를 VIP로 만들어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 시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의무적으로 한 달에 한번 이상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만들고, 실제로 대중교통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체감하면서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을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시장과 대중교통 전문가, 환경전문가 등의 멘트로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시민들을 존경한다는 인사와 대중교통 이용이 환경문제 해결과 교통난 해결에 얼마나 기여가 큰 것인가를 각종 방송과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 사랑 캠페인 교육, 관련 문화행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물을 사서 마시는 시대에 와 있다. 언젠가는 우리 후손들은 공기를 사서 마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편하게 타고 있는 승용차에서 뿜어나오는 매연가스는 후손들에게 환경재해가 될 것이다. 그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

대중교통 사랑에 대한 범시민적 실천의식이 자리 잡을 때 지하철2호선의 미래는 다정한 호랑이로 다가와 광주의 미래에 희망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 사랑운동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피 흘렸던 5·18 시민항쟁과 같은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