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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 옆 금남로
2015년 02월 04일(수) 00:00
미국 뉴욕 맨하튼의 5번가를 걷다 보면 마치 ‘미술관 천국’에 들어선 것 같다. 루이비통, 티파니, 샤넬 등 명품매장들이 즐비한 쇼핑 1번지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크고 작은 미술관과 문화공간들이 ‘한집 건너’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맨하튼 5번가를 예술의 거리로 ‘신분상승’시킨 건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이다. 세계 4대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필두로 구겐하임미술관∼뉴욕시립미술관∼남미 미술관∼쿠퍼 휴이트 디자인박물관∼노이에 갤러리 등 내로라하는 9개 미술관이 늘어서 있는 1.9km 구간이다. 볼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맨하튼 이지만 문화도시 뉴욕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매력 덕분에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미술관 주변에는 ‘자생적으로‘ 갤러리와 문화공간들이 둥지를 틀면서 거대한 문화특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78년 첫선을 보인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은 ‘5번가의 기적’을 이끈 주역이다. 매년 6월 둘째 주 화요일에 펼쳐지는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은 미술관 무료 투어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뉴요커 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미술관 밖에서 펼쳐지는 ‘난장(亂場)’이다. 남미 미술관이 경쾌한 라틴음악과 댄스가 어우러지는 야외공연을 선보이면 이에 질세라 뉴욕시립미술관은 록밴드 콘서트로 맞불을 놓는다. 더불어 뉴욕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아스팔트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리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처럼.

뮤지엄 마일 축제는 관광객들에게 뉴욕의 풍성한 예술자산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문화 사회인 뉴욕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체가 됐다. 매년 미 전역과 각국에서 일부러 축제기간에 맞춰 뉴욕행 티켓을 끊는 열혈 관광객이 20여 만 명이나 된다.

요즘처럼 뉴욕의 뮤지엄 마일이 부러운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전당)의 주요시설이 완공됐지만 인근의 금남로는 뚜렷한 ‘컬러’를 지니지 못한 채 단순 차도와 인도의 기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5·18 항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예향 광주의 심장에 걸맞은 문화콘텐츠 역시 빈약하다. 게다가 금남로 곳곳에 자리한 조각작품들은 대부분 금남로의 역사와 장소성과는 거리가 멀다. 금남로가 제대로 ‘터주지’ 못하면 자칫 문화전당이 거대한 섬으로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최근 다행스럽게도 30여년 만에 5·18 항쟁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한 시계탑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당개관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에 금남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랜드마크의 귀환은 문화광주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당발(發) 문화의 물길이 금남로의 ‘역사’와 만나 도심 전체로 흘러간다면 경쟁력 있는 ‘문화 1번지’로 비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뮤지엄 마일 못지 않는 ‘컬처 로드’(culture road)의 기적을 준비하자.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