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정치가, 정치인, 그리고 보스
박 치 경
정치부장·편집부국장
2015년 01월 28일(수) 00:00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이 심각하다. 우리 정치가 낙제점인 것은 사실 어제오늘이 아니다. 심심찮은 비리, 이전투구로 정치와 정치인은 기피대상이 된지 오래다.

새해도 별다르지 않다. 가장 큰 요인은 붕당(朋黨)과 계파(系派)다. 여당엔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이 있다. 야당엔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있다. 조선시대엔 노론(老論)과 소론(少論), 남인(南人)과 북인(北人)이 있었다. 과거의 당파싸움이 면면히 이어지는 셈이다.

근래 우리 정치권은 내부 싸움이 치열하다. 여야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겉으로는)사이가 좋아졌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입법과 정기국회에서 협상과 타협으로 제법 ‘정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양쪽 집안싸움은 부쩍 심해졌다. 왜일까? 답은 선거에 있다. 2016년 제 20대 총선(4월 13일)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어서다. 공천권을 놓고 당내 헤게모니 다툼이 뜨거워지는 탓이다.

우선 오는 2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연합을 들여다보자. 당권은 친노(문재인)와 비노(박지원·이인영)가 혼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박 후보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 후보가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은 바로 내년 총선 프레임 때문이다.

19대 대선 설욕을 노리는 문 후보는 당권을 거머쥐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바탕으로 당내 기반을 다져야 대권 후보로 가는 길이 탄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박 후보는 자신이 당권을 맡을 테니 문 후보는 대권에 몰두하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뜻이 다르다. 일단은 “(당 대표가 되더라도)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최다 지분 보유자로 평가받는 문 후보가 당권을 확보한다면 대권 지렛대로 삼을 개연성이 크다.

경선 초반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은 새정치연합 계파싸움의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비노 측은 친노의 득세로 당의 앞날에 희망이 없어 정 고문이 떠났다며 문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이쯤에서 새정치연합이 외면당하는 이유를 따져보자. 새정치연합 텃밭인 호남민과 지지자의 요구는 전대를 통해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라는 것이다. 전대에서 ‘멋진 정치’로 환골탈태해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계파싸움 소리만 들려온다.

그렇다면 멋있는 정치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감동이 넘쳐야 한다. 우리가 김대중·노무현을 큰 정치가로 여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을 감동시킬 줄 아는 정치가들이라는 것이다.

김대중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 집권 후에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족을 열광시켰다. 노무현은 분권화(分權化)의 상징이다. 특정계층과 지역에 몰려있는 권력을 나누는 게 그의 정치철학이었다. 자신도 권력을 포기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권력을 과감하게 지방에 분산했다. 그게 바로 나주를 비롯한 전국 10개의 혁신도시다.

이런 정치를 펴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정치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허물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김대중, 노무현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은 국민의 피를 뜨겁게 하는 큰 정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부류는 ‘직업란을 정치인으로’ 쓰는 사람들이다. 현재 우리 정치권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 가장 저급한 집단은 ‘모리배’(謀利輩)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다. 정치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범죄자 수준으로, 이를 이끄는 이는 ‘보스’에 해당한다.

새정치연합 당권 후보들 스스로 새겨보기 바란다. 비전과 감동으로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가’가 될 것인가. 평생 여의도를 기웃거리는 ‘정치인’에 머무를 것인가. 철저하게 이익만 쫓는 ‘모리배’의 우두머리인 보스로 추락할 것인가.

새정치연합 전대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행은 바닥이다. 되레 국민의 시선은 총리 교체와 개각으로 분주한 여권에 쏠려 있다.

새정치연합이 살 길은 단 하나다. ‘양보’와 ‘살신성인’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 공멸과 공생, 모두 자신들의 손에 달려있다.

/uni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