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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vs 문화전당
2014년 09월 24일(수) 00:00
지난 6월 초 오전 10시, 파리 퐁피두 센터를 찾은 기자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적잖이 당황했다. 전날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이미 퐁피두센터 앞 광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수백 여 명의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더니 명성 그대로 였다. 부지런을 떤 보람도(?) 없이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잘 나가는’ 퐁피두센터에게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 지난 1977년 ‘미술관도 되고 창조공간도 되는 열린 문화예술센터’를 내건 당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뜻에 따라 건립됐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초현대식 건물컨셉으로 개관 초기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배선, 냉난방, 배관 등 기능적 설비를 모두 건물 바깥으로 빼낸 ‘흉물스런’ 외관과 콘텐츠 부족으로 하루 방문객이 100명에도 안되는 굴욕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1990년부터 차별화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파리의 아이콘 다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퐁피두 센터 주변에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갤러리, 아틀리에, 쇼핑매장, 휴식공간 들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방문객을 빨아 들이는 프랑스 랜드마크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만 650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사실 퐁피두센터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광주 시민에게는 매우 낯익은 이름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02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문화전당)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올 당시,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이들 미술관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한동안 지역사회의 화두로 회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의 빌바오’를 꿈꿨던 시민들의 염원과 달리 문화전당이 지하로 들어서게 되면서 랜드마크 효과는 ‘희망사항’으로 끝나 버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화전당 주요 건물이 10월 완공된다. 지난 2003년 첫삽을 뜬 지 근 10년 만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전당 콘텐츠의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이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전당을 둘러싼 주변의 기반시설이 낙후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다. 이러다간 자칫 전당이 거대한 섬으로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퐁피두 센터와 빌바오 효과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이들 미술관을 성공시킨 원동력은 도시의 크고 작은 인프라였다고 한다. 주변 산책로, 공원, 놀이터, 갤러리, 편리한 교통시설 등은 복합문화시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광주도 ‘문화전당 효과’를 기대하려면 전당 발 문화에너지가 도시 전체로 퍼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눈을 돌려야 한다. 건축물 하나가 관광객을 자석처럼 끌어 들일 거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문화광주의 미래를 ‘전당 안’에서만 찾는 우를 범하지 말자.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