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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사즉생 정신 되새겨야
임 동 욱
서울 취재본부 정치부장
2014년 08월 27일(수) 00:00
세월호 특별법 정국이 결국 모두가 우려했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5일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제안을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강력한 대여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장외투쟁과 단식, 의원직 총사퇴 주장까지 제기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여야의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민심의 흐름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과 호소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보다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새정치연합에 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가족들과 충분한 소통도 없이 두 차례나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고서도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파기하고 장외로 나서는 등 최소한의 원칙과 전략을 보이지 못한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제정의 책임은 여당과 정부에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정국 파행의 정치적 ‘독박’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현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소통과 신뢰보다는 계파를 중심으로 한 불신과 반목이 뿌리 내린 정당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당내 소통을 이루지 못하면서 세월호 정국의 물꼬를 트는 데 실패했다. 박 대표가 성과에 너무 집착, 정치적 입지를 스스로 좁힌 탓이다.

당내에서도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문제를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 계파를 중심으로 강경 일변도의 특별법 재협상을 주장, 오히려 분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일부 중진의원들은 느닷없이 박영선 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비대위가 구성도 되지 않았는데 위원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 이유로는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겸임은 새월호 정국을 풀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지역위원장 선정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역위원장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권한과 함께 공천 혁신의 방향을 정한다.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차기 당권 향배는 물론 차기 총선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7·30 국회의원 재보선 참패 이후 새정치연합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과 함께 약속한 대대적인 혁신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장외 투쟁으로 인해 비대위 구성도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을 상징할 수 있는 외부 인사가 비대위에 참여할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여섯 차례나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각종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계파 정치의 이해관계에 막혀 현실화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내년 1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늦어도 12월에는 비대위에서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정국 타개가 쉽지 않아 국정감사, 정기국회,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일정도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도 있는 혁신안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해결책은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윤 일병 폭행 치사 사건의 본질은 승무원의 무책임과 일부 병사의 엽기적 폭력보다는 이를 사실상 외면하고 방조해 왔던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적 현실에 있다. 불의에 맞서는 용기보다는 방관하는 현실이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폭행 치사 사건의 실질적 주범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갈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생존을 위한 계파정치에 기대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닦을 수 없고 국민적 공감도, 혁신도, 정권 창출도 이룰 수 없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혁신의 길이 열린다.

최근, 루게릭 환자들을 돕는 ‘얼음물 샤워’ 캠페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차가운 얼음물 세례로 사회적 온기를 모아가는 역설적 방법이 이색적이다.

새정치연합도 ‘기득권 포기 샤워’가 필요하다. 당내 계파의 수장과 대권과 당권을 노리는 원내외 중진부터 기득권 내려놓기에 나서야 한다. 희생과 헌신을 통해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영화 ‘명량’에서 부활한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정신을 다시 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