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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학교라고 믿을 수 있기를
옥 영 석
은펜상 2005년 수상자
2014년 08월 13일(수) 00:00
아직 코흘리개 아이만 같은 아들놈이 9월이면 입대를 하겠단다. 입대하던 날 말을 잇지 못하시던 어머니의 얼굴, 먼 길을 달려와 내미셨던 작은 아버지의 거친 손바닥 감촉이 어제처럼 생생하기만 한데 아들놈이 군에 갈 나이가 되었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걸 어쩔 수 없다.

산이라도 데리고 다니며 체력이나 보강하렸지만 등산 몇 번 한다고 체력이 늘리도 만무고 이런저런 경험담이나 들려주다보니 아이가 군생활은 썩는 세월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들은 선입견이겠지만 입대해서라도 그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고생길이 훤해보여 안타까웠다.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뿐 아니라 대개의 젊은이들은 군에 대해 비관적이거니나 폄하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군인은 단순하다거나 사회에서 할 게 없는 사람이 말뚝을 박는다는거나 군생활은 허송세월이라는 것 등이다. 무보다 문을 중시하는 전통문화도 그렇치만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필요이상으로 군과 군인을 홀대하는 풍조가 확산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군부대의 총기사고와 구타사망 사건은 비단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아니더라도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는다. 이삼십년전에도 구타근절을 외치고 선후임병간 얼차려금지를 시켰지만 국방부 시계는 칠팔십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동기들끼리 숙소를 쓰게 하거나 국방헬프콜을 설치하는 등 병영문화개선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없이는 다람쥐 쳇바퀴돌 듯 사고만 반복될 뿐이다.

형식적인 소원수리와 신고자는 조직내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는 문화, 가혹행위와 구타사고 등으로 인해 진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승진체계로는 지휘관들의 보신주의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보다 더 애증이 교차하는 대상도 드물다. 제대하면 자신이 근무하던 부대쪽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며 이를 갈지만, 민간인이 되어서는 대부분이 근무하던 부대를 위문한다.

현역시절 군기만 잡던 고참도, 못마땅하기만 하던 후임병도 나이따라 선후배가 되고 친구가 되는 모태가 내무반이다. 육해공 어느 출신이건 군대얘기만 나오면 앉은 자리에서 한나절씩 거뜬히 무용담을 늘어놓을 수 있는 소재가 군시절이다. 현역 때는 비켜가고만 싶던 생활이 제대해서는 출신학교 자랑은 안해도 근무하던 부대자랑에 날새는 줄 모르는게 한국의 보통 남자들이다. 그들마저 입대를 거부하자는 줄을 서기전에 가죽을 벗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기 바란다.

나는 아이에게 군대는 제2의 학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스물두어살이 다되도록 밥 한번 해본 적 없고, 제 속옷조차 빨아본 일 없는 청년들이 스스로 먹은 식기를 닦고, 다리미질을 배우며, 제 앞가림을 배우는 곳. 평생 쓸 체력을 단련하고, 상하관계를 통해 조직생활을 경험하고, 비바람과 눈보라속에 뒹굴며 배우는 인내와 끈기는 부모와 선생이 가르치기 힘든 수련과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군이 직업군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지금이야말로 보통의 한국남자들과 어머니들에게 보여주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