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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축제’까지 정쟁터로 삼나
정 후 식
편집부국장·정치부장
2014년 01월 22일(수) 00:00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덧 6회째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선거전에 축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기대감의 투영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의 선량(選良)들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설렘이다. 자치단체장까지 온전히 주민이 직접 선출한지 올해로 20년째로 접어든다.

‘성년 자치시대’의 개막에도 지방선거제도는 여전히 중앙집권적 정당정치에 발목이 잡혀 표류하기 일쑤다. 중앙정부에 예속돼 ‘2할 자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행정과 진배없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축제’가 아니라 여야의 정국 주도권 ‘전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승부를 가를 ‘게임의 룰’ 정하기부터 아귀다툼이 한창이다.

‘룰 전쟁’의 최대 쟁점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다. 새누리당은 지방 토호의 난립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밀실공천이나 지방정치의 중앙예속화를 막기 위해 폐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논쟁을 거듭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표적인 정치쇄신책이다. 여기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금품수수나 줄세우기 등 구태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안과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도입을 제안하며 공약 파기 비난을 비켜가려 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도 투표시간 연장을 들고 나와 전선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속셈은 빤하다.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진영논리만 난무한다.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여야 간 입장차가 너무 크다. 새누리당은 정당 공천을 배제한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의 러닝메이트제나 공동등록제, 임명제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은 오히려 교육현장을 더 정치화, 이념화할 우려가 있다며 현행 틀을 유지하되 약점을 보완하자는 논리다.

교육의원 일몰제로 인한 광역의원 정수 조정과 선거구 획정 문제도 변수지만 아직까지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시·도의회 교육의원들은 일몰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일괄 사퇴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더욱 큰 문제는 지방선거 ‘게임 룰’ 정비 임무를 부여받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 마감 시한이 1주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위는 지난달 초 여야 지도부 합의에 따라 이례적으로 입법권까지 부여받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공전만 해왔다.

활동 시한 연장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시간만 질질 끄는 사태가 다음달까지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룰 메이커가 아니라 ‘룰 브레이커’(규칙 파괴자)라는 힐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터다.

설을 앞두고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명절 ‘밥상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선수들은 이미 뛰고 있지만 선거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시·도지사 및 교육감 2월4일부터)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경기 규칙도 정해지지 않은 ‘깜깜이 선거’에 입지자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선관위나 지역 시·도당, 행정기관도 선거업무에 혼란을 겪고 있다.

되돌아보면 선거 한 두달 전까지도 선거제도나 경선 룰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중앙정치권이 지방정치와 유권자들을 대하는 수준이 이 정도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여야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리당략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도부의 대타협이 절실한 때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고비용, 금권선거, 관권개입 등 고질적인 병폐를 근절하는 일이 더 급하다. 그리하여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가 더욱 성숙해질 수 있게, 진정한 선거 축제가 이뤄지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w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