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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문화전당, 악샤르담에서 배워라
김 일 환
편집부국장·여론매체부장
2013년 12월 04일(수) 00:00
신문사 창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은 하루가 다르게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공정률이 70%를 향해가면서 세부적인 윤곽 또한 뚜렷해지고 있다. 매일 이를 바라보며 문화수도 광주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광주에 사는 즐거움이자 특권이라 하겠다. 공사가 순조롭다면 2014년 말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제 그 위대한 탄생을 기원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공사가 진척될수록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하드웨어가 잘 준비되어도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동안 구체적인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는 언론의 채근도 있었고, 광주지역 문화계도 백가쟁명으로 문화전당 운영에 관한 논의들이 분분했다.

헌데 수많은 논의를 지켜 봐도 눈에 띄지 않은 것은 랜드마크와 전당의 관광 흡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문화전당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창적 지하 건축물이다. 완공된다면 그동안 알고 있던 랜드마크의 개념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기 때문에 문화수도 광주에 문화관광객들로 넘쳐나게 할 하드웨어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광주시민들도 2조 원이 투입된 광주 최대의 역사(役事)에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가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문화발전소로서의 기능이 우선이겠지만 사실 문화수도 광주에 문화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관광객을 흡인할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인도 델리의 악샤르담 사원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달포 전 필자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 있었다. 공무 차 찾은 델리에서 우연한 기회로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됐다. 관광안내서에 나오지도 않고, 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힌두교 종파인 스와미나라얀의 사원 악샤르담을 찾은 것은 오직 가이드의 강요 때문이었다.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며 여길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은근한 협박에 마지못해 찾아가게 됐다.

카메라도, 그 어떤 쇠붙이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이 사원의 짜증나는 보안 검색을 마치고 접한 악샤르담의 첫인상은 인도의 여느 유적과 다름 없었다. 허나 이런 첫인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악샤르담은 사원 안에 놀이동산을 담아놓은 듯했다.

대형 아이맥스 영화관은 물론,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나 볼 법한 배를 타고 인도역사를 탐험하는 프로그램, 힌두교 지도자의 삶을 따라 체험하는 움직이는 인형의 집, 최첨단 기계장치를 이용한 관람실, 밤마다 춤추는 음악 분수 쇼 등 상상을 초월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악샤르담의 메인 건축물을 본 순간이었다. 규모의 웅장함은 둘째치고, 사암과 대리석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 손으로만 조각했다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조각이 없고, 그 화려함이란 감히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타지마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2005년 개관한 이 사원은 현대의 불가사의라 부를 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제 군주시절에나 가능할 것 같은 대역사를 연인원 7만 명이 동원돼 7년 만에 종교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앞으로 인도의 랜드마크는 악샤르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은 필자만의 것은 아니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보니 악샤르담을 찾은 이들은 필자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악샤르담의 감동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악샤르담이 경이로운 랜드마크가 된 이면에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 신성을 기본으로 하는 사원에 놀이동산을 불러온듯한 체험공간은 감동을 준비하는 역발상의 장치다. 이를 통해 화려한 메인 건축물을 보게 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감동의 절정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문화전당도 그 건축의 독창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운용 전략만 잘 짜고,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 낸다면 얼마든지 광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경이를 충분히 선사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의 어떤 도시를 방문하건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문화전당이 광주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건물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악샤르담의 예에서 보듯 문화관광객을 흡인할 다양한 프로그램과 장치가 필요하다.

완공까지 1년여가 남았다고 하지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각계의 의견을 모아 세계의 문화관광객을 흡인할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이 인도의 악샤르담과 같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랜드마크가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