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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 이제 여성 스스로 이야기하자
최 희 연
광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2013년 10월 01일(화) 00:00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수년 전 흥행했던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제목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절묘하게도 맞아떨어진 표현이다.

올해 민우회에선 여성의 몸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여성 스스로 말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몸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여성 스스로 함께 얘기하기 시작했다. 임신·출산·낙태·외모차별·다이어트·월경·폭력·성형·성적관계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경험과 이야기들 속에는 서로 다른 사연들이지만 여성이어서 느껴지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됐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같은 여성으로서 느껴지는 자매애이고 때로는 불편함이며 때로는 차별적인 시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여성 스스로 이야기하고 담론화 하는 과정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 중에서도 정말 드러내기 어려웠던 경험은 낙태에 대한 경험일 것이다. 낙태에 대한 경험과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험을 볼 때 둘 다 우리 사회에서 드러내기 어렵지만 성폭력은 피해자로 인식한다면, 낙태는 가해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드러내기 어렵다.

세대를 이어가며 경험한 낙태, 할머니 세대는 대를 잇기 위해, 어머니 세대는 가족계획이라는 국가정책에 따라, 미혼은 미혼이라는 이유로, 기혼은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을 해왔고, 여전히 선택을 하고 있다.

연간 20만 명이 넘게 낙태를 하지만 낙태에 관한 논쟁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빠진 채 여전히 생명과 선택이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며 수면 위에 올랐다 가라앉았다 하고 있다. 법적·제도적·사회 인식 차원에서 진전은 없고 여성들의 현실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물꼬를 터보자. 낙태 논쟁의 중심에 누가 있는가. 당사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여성에게만 책임과 비난이 쏟아졌던 낙태에 대한 여성의 경험과 언어를 드러내기 시작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사회적 구조, 피임과정에서의 권력 관계 등의 상황과 맥락도 함께 이야기돼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사회적 시선 때문에 느꼈던 두려움이나 위축감을 떨치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형성될 것이다.

오는 4일 동구 서석동 광주영상복합문화관에서 ‘자, 이제 댄스 타임’이라는 낙태관련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여성주의 영화제작소 ‘야’에서 제작을 했고 광주인권영화제와 민우회가 함께 진행하며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함께하는 공동체 상영을 제안한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오는 17일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에 대해 여성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은 극 공연이 광주 콘텐츠 산업 지원센터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지역에서도 이런 장을 계기로 여성들의 몸에 관한 이야기에 여성당사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데 여성이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