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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를 다루는 세가지 책략
2013년 04월 24일(수) 00:00
한비자는 신하를 다루는 세 가지 책략을 제시했다. 즉, 독단독람(獨斷獨攬), 심장불노(心藏不露), 참험고찰(參驗考察)이다. 독단독람은 임금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신하에게는 단지 간언만 허락할 뿐 어떠한 권한도 나누어주지 않은 것을 말한다. 심장불노는 임금은 자기의 견해나 희로애락의 감정을 감춰서 남들로 하여금 도무지 자기의 생각을 알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하며, 참험고찰은 신하들의 과거와 현재, 성격의 특징과 심리상태들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봉건 왕조시대에 임금과 신하는 대립관계여서 신하가 강하면 임금이 약했고 임금이 강했고 신하가 약했다. 자칫하면 신하에게 당한 임금이 부지기수였다. 한비자는 이러한 시대에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본질을 분석하고, 군주의 권력유지 방도를 제시하여 제왕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 한비자의 글을 보고 “이 책을 지은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한비자의 심장불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전략적 모호성’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리더가 모호한 태도를 취할 때 효과를 보는 수도 있다. 특히 대립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유용한 방책이다. 현대 국제 정치 무대에서도 양자택일의 선택이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용한 전략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협조관계에서 모호성은 부작용이 더 크다. 모호성으로서는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핵심요소는 비전을 제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미래한국리포트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소통’은 가장 절실한 과제이며, 소통부재로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적 갈등 비용은 국민소득의 27%, 연간 3백조 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통비용이 300조원이라니 놀라운 수치이다.

리더십을 골프 코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린 위에 깃발이 있고, 누가 봐도 저기가 목표라고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조직 구성원에게 물었을 때 그 깃발의 위치가 다르게 판단되면 혼란을 겪게 된다. 리더의 역할은 깃발을 확실히 세우는 것과 경계를 명확히 밝혀주는 것이다. 그 이외에 세세한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다. 즉, 어떠한 클럽을 사용하여 어떠한 타법을 구사할 것인가는 경기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소통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모호성의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유행하는 풍자는 그냥 웃을 수만은 없게 만들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생각이다.”

창조경제뿐만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 한비자의 세 가지 책략이 더 이상 어른거리지 않길 기대한다.

/이병우 광주대 자율 융복합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