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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와 인생 100세 시대
/강대석 시인·행정학 박사
2013년 03월 20일(수) 00:00
‘무자식 상팔자’는 지난 일요일에 종영된 모 종편방송의 주말 연속극의 이름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평범한 노부부를 중심으로 아들 삼형제 가족이 가까운 이웃에 모여 살면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일상 속에서 아웅다웅 서로 다투고 화해하며, 이해와 소통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해 나간다는 가족드라마였다.

‘무자식 상팔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노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큰아들 내외의 효성, 가슴 찡한 삼형제의 우애, 그들 형제의 은퇴 후의 무료한 생활,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딸 등 이 시대 우리 가정들이 안고 있을 법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보여준 재미와 감동의 드라마였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직장에서 은퇴한 후 경제권을 아내한테 빼앗기고 힘없이 사는 둘째 아들(송승환 분)의 삶이었다. 대기업 상무로 잘나가던 직장에서 조기 은퇴한 후 아내의 눈치를 보며,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 하나도 못 사먹고 사는 힘없는 백수의 모습이었다. 자기가 평생 고생해서 번 돈이지만 아내에게 다 맡기고, 정작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모습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곧 요즘 은퇴자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평균 기대수명 80세를 넘어, 인생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식들과의 마주할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삼강오륜의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어 노부모 봉양이 자식의 도리이고 효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그러한 전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질 만능의 풍조 속에서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이 되어 ‘무자식 상팔자’에서의 할아버지처럼 노후에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큰소리치며 살고, 자식들 또한 고분고분하게 순종하며 효도를 한다. 자녀들에 대한 가정교육과 잔소리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느 유명강사의 은퇴 관련 강의를 들으니 노후대비에 있어 가장 주의할 것이 ‘자식 리스크’라고 한다. 즉 남들이 한다고 덮어놓고 자식 교육에 올인 하다가 노후대비를 못하는 경우가 은퇴자의 60%가 넘는다고 했다. 은퇴 이후 30년이 넘게 살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지만 자식들을 결혼 시키고 나면 빈손이 된다면서, 너무 자식들에게 올인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식들 믿지 말고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아껴 연금이라도 들어 놓으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백번 맞는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자식들이 리스크의 대상이라는 것과 자식들 믿지 말라는 말이 마음 한편을 무겁게 했다.

요즘 날씨가 풀리자 주말이 아닌데도 산을 찾는 오륙십 대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아마도 베이비붐 세대들의 조기 퇴직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아직 젊은 그들이 일자리 현장에서 물러나 산을 찾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그들이 새롭게 인생 2모작을 시작하여, 인생 100세 시대에 기죽지 않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일자리는 소득, 건강, 여가선용, 가정의 평화 등 그야말로 1석 4조 이상의 효과가 큰 복지정책이기 때문이다.

/강대석 시인·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