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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온 편지 29] 네팔 대학원생 면접
박 행 순
2012년 11월 20일(화) 00:00
한국에 있는 한 의대 교수로부터 네팔 학생 면접을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우리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듯이 대학의 실험실을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채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유학생들이 우리 환경과 문화에 잘 적응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면 피차에 좋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은 특별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유능한 유학생들을 선발하는가이다.

네 명의 신청자 중 한 사람을 선발하는데 자발성, 성실성과 적극성, 학위 과정의 어려움을 견뎌낼 만한 인내심, 실험에 필요한 손 기술이 있는지 등을 봐 달라고 했다. 나는 이것도 한국과 네팔에 대한 하나의 기여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부탁을 받아들였다.

자발성과 적극성은 이들이 접촉해 오는 태도를 보면 되고, 성실성은 약속시간 준수와 면접 태도, 그리고 제출한 이력서를 보고,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현재 사는 것을 보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손 기술을 파악하는 것인데 젓가락질을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 어떻게 정확하게 사용하는지를 관찰하면 될 것 같았다.

첫 번째 신청자는 사전 약속이 없었는데 여러 시간 버스를 타고 왔다면서 만나자고 했다. 어쨌든 나는 그를 만나 한국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식성을 물으니 독실한 힌두교도여서 닭고기와 염소고기만 먹는다고 했다. 젓가락질을 금방 배워서 매콤한 닭고기 볶음뿐만 아니라 콩자반도 집어 먹는다. 자취를 하는데 식사를 근처 호텔에서 해결한다니 좀 게으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성적은 C급, 사회성이 좀 부족하고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손 기술은 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신청자는 나이가 가장 어린데 아침 6시에서 오후 1시까지 강의를 하고 저녁 8시까지 병원 검사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강의노트를 정리하여 교재를 만들었고 곧 제본에 들어간다고 하며 힌두교도지만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학교 성적은 B급이고 현재 두 직장을 소화하며 어려움도 잘 견딜 것 같다. 삼겹살 회식자리에도 무리 없이 어울릴 것 같아 두루 맘에 들었다. 그러나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시범을 보였는데 전혀 못 따라 한다. 가만두면 이 친구는 밥을 굶게 생겼고 보기가 너무 딱해서 내가 포기를 하고 포크를 쓰라고 했다.

세 번째 신청자는 이틀 전에 사전 약속을 했는데 늦게 도착했고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가 좀 많지만 실험 테크닉을 갖추었고 학교 성적은 A급이며 박사학위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조상에게 예를 다하기 위하여 지금은 고기를 안 먹는 시기라고 했다. 고기를 빼고 비빔밥을 주문했으나 달걀 프라이가 얹힌 것을 보더니 안색이 안 좋다. 달걀을 내게로 옮겼어도 얼굴이 안 펴진다. 새로 주문해 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서 고맙다고도, 미안하다고도 안 했다. 그 역시 젓가락질을 배우지 못했다.

마지막 신청자는 5∼6시간 거리에 사는데 카트만두에 도착한 후에야 나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이력서가 화려하고 나이도 젊고 의대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요구하는 실험 기술들을 거의 갖추고 있어서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이력서를 부풀려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젓가락질만 빼면 모든 면에서 양호한 두 번째 신청자를 추천했다. 젓가락질이 진정 실험실에서 요구하는 손 기술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 또한 그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나는 이번 면담을 통하여 몇 가지를 배웠다. 네팔에서 사전 시간 약속은 필수 사항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좀 늦은 것도 큰 잘못은 아니었다. 또한 감사나 사과는 거의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초대받아서 밥을 잘 먹고 고맙다고 말로 표현하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다. 맛있게 먹는 모습, 크게 트림하는 것을 보고 주인은 만족해 한다고 네팔인 친구는 설명했다.

〈파탄의대 객원 교수·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