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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이후 건강은 살아온 날들의 성적표
옥 영 석
2012년 10월 24일(수) 00:00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40대 전후가 중년이라니 나이 50에 가까워졌다면 인정하고 싶진 않아도 중년 중의 중년이다. 주말마다 운동을 즐기고 나름 스포츠맨을 자부해온 터라,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지난여름 혈당수치가 높다 해서 예사로이 흘려들었더니, 기어이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공복시 혈당치가 높아 검사를 다시 해보잔다.

건강검진 전날이면 왜 사람 만날 일은 그리 많은지, 이 핑계 저 핑계 끝에 빠져 나오긴 했지만 늦은 밤까지 밀려오는 식탐을 참기는 더 어려웠다. 식전부터 병원은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비교적 한가한 편이라는데 이십여 명이나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대개 내 또래의 샐러리맨이거나 중년여성들이다.

더러 가족과 함께 앉은 이들은 두런두런 얘기라도 건네지만, 무료하고 표정없는 얼굴로 앉았다가 우유팩만한 포도당 한 병을 마시고는 30분마다 채혈을 했다.

일주일 후 나온 결과는 3개월 전과 같은 당뇨 전단계. 공복혈당이 높으니 운동을 더하고 식사량과 방법 등을 조절해야 하며, 지금 상태가 어떤 단계인지 스스로 알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단다. 거기에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3개월 동안 약을 먹고는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날은 운동하는 요령에 대해, 그 다음날은 가려야할 음식과 식사량에 대해 상담과 교육을 받고나니 정말 환자가 다 된 기분이었다. 하긴 몇 년 전부턴가 눈은 복도에서 사람을 만나도 쉬 알아보지 못하고, 환절기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재채기를 달고 사는데다, 발목은 또 어디서 삐었는지 걸을 때마다 시린 것인지 아픈건지 헷갈린지 오랜데, 이런저런 검사를 다 받으려면 종합병원을 세내야 할 지경이니 걸어다니는 환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이들에게는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조신하기를 당부해 놓고 정작 스스로는 몸을 함부로 부려왔으니 벌을 받아도 할 말 없게 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기대 수명은 81세이지만 아프지 않고 사는 나이인 건강수명은 73세로, 노후에는 8년 이상 병마에 시달린다니 평균수명이 길어진대서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40세 이후엔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지만 오늘의 내 건강은 지난날 내가 살아온 일종의 성적표인 셈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작가 최인호선생은 병중에 쓴 산중일기에서 당뇨를 겪는 심정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당뇨병이 내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하는 열등생에게 매일매일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처럼 내 게으른 성격을 잘 알고 계시는 하느님이 내게 평생을 통해서 먹고 마시는 일에 지나치지 말고 절제하라고 숙제를 내주신 것이다.”

언젠가 내게 찾아온 병(病)을 손님으로 여겨 잘 지내다 보낼 일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 선물로까지 여겨야한다면 그의 필력과 신앙 어디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는 어느 세월에 저런 공력을 반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숙제하듯 몸을 닦고 수련하기에 정진할 일이다.

〈’05년 수상자·농협중앙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