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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오덴세’를 꿈꾸며
2008년 04월 06일(일) 17:52
서울 청량리 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2시간쯤 가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간이역에 닿는다. ‘김유정역’(金裕貞驛·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이다. 지난 2004년 이 지역 출신 소설가 김유정(10908∼1937)을 기념하기 위해 역명을 신남역에서 김유정역으로 바꿨다. 사람이름을 딴 역으로는 국내 최초이다.
최근 김유정역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김유정 문학촌’에서 열린 ‘봄·봄 스토리 페스티벌’(이하 봄봄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봄봄 페스티벌은 김유정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 71주기 추모제, 학술발표회, 동아시아 대표작가와의 만남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짜여져 있다.
봄봄페스티벌의 메인무대는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의 출생지이자 소설 ‘봄봄’의 배경인 실레마을에 조성된 문학촌은 생가와 기념전시관, 공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향토문화의 세계화’를 내건 춘천시는 문학촌을 춘천의 관광명소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배출한 충북 옥천군은 아예 ‘문학기행 1번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 각각 30리(12km)를 문화관광벨트로 잇는 ‘향수 30리 사업’를 2010년까지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작가들의 출생지나 이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지역 명소를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일명 ‘문학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남 통영시는 지난달 ‘꽃’의 시인 김춘수 기념관을 개관한 데 이어 ‘토지’ 작가 박경리 문학관을 2010년까지 건립하기로 했다. 통영시는 박경리 문학관이 개관되면 시인 김춘수 기념관과 연계해 대규모 문학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김동리·박목월·조지훈·이육사 문학관을 하나로 묶은 ‘문학테마 여행상품’을 개발,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이처럼 다른 지역들이 문학마케팅에 팔을 걷고 나선 것과 달리 이 지역은 느긋하다. 고 김현승· 박용철, 황석영, 김지하, 조정래, 이청준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문향(文鄕)’이지만 이들을 위한 변변한 문학관 하나 없다. 이렇다 보니 문학관과 인근 명소들을 잇는 관광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문학관은 단순히 한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공간이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문학관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흡인력 강한 관광자원이다.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를 배출한 영국의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과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의 오덴세는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시인을 배출한 광주 양림동이 ‘한국의 오덴세’가 될 날은 언제쯤일까?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