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광주의 얼굴’을 디자인하라
인구 350만 명의 일본 항구도시 요코하마는 요즘 한국인들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휴가철도 아닌 비수기에 요코하마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은 순전히 한국 공무원들 덕분이다. 국회공공디자인문화포럼 소속 국회의원과 서울·부산·대구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공공디자인 투어 명목으로 요코하마를 견학하는 것이다.
요코하마가 ‘공공디자인의 메카’로 불리게 된 계기는 1971년 일본 최초로 시(市) 산하에 도시 디자인 전담팀을 신설하면서부터. 지난 2004년 일본 중앙 정부에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경관법’을 제정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요코하마가 일찍 디자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도시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도쿄에서 불과 30km 떨어진 요코하마는 1960년대 도쿄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도쿄의 부속도시’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했다. 다급해진 시는 요코하마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개항도시’라는 역사적 특성을 살리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올드 & 뉴’의 조화를 모토로 내건 요코하마는 디자인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회색빛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도심의 얼굴인 간판을 비롯해 도로교통안내판, 공원·거리시설물, 심지어 각종 행정서식과 증명서까지 새롭게 디자인해 ‘개성 있는’ 도시로 거듭났다.
최근 우리나라 지자체들 사이에서 디자인이 키워드가 됐다.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에 따라 거리와 건축물 등의 공공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지자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부산, 강릉, 인천 등 각 자치단체들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 관련업무를 총괄할 전문부서를 신설하는가 하면 공공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서울시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부시장급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올해부터 디자인 문화 종합축제인 ‘세계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공디자인을 시정(市政)운영의 1순위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광주시는 느긋한(?) 입장이다.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할 전문부서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영입 또한 관심 밖이다. 지난 2005년 세계 디자인 발신기지로 발돋움 하기 위해 디자인 비엔날레를 신설한 광주시의 의욕은 온데간데 없다.
런던의 빨강색 2층 버스와 뉴욕의 노랑색 택시, 뒤셀도르프의 초록색 경찰차는 공공디자인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이들 색상은 칙칙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사람들의 마음에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이제부터라도 광주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요코하마가 ‘공공디자인의 메카’로 불리게 된 계기는 1971년 일본 최초로 시(市) 산하에 도시 디자인 전담팀을 신설하면서부터. 지난 2004년 일본 중앙 정부에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경관법’을 제정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요코하마가 일찍 디자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도시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도쿄에서 불과 30km 떨어진 요코하마는 1960년대 도쿄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도쿄의 부속도시’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했다. 다급해진 시는 요코하마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개항도시’라는 역사적 특성을 살리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올드 & 뉴’의 조화를 모토로 내건 요코하마는 디자인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회색빛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도심의 얼굴인 간판을 비롯해 도로교통안내판, 공원·거리시설물, 심지어 각종 행정서식과 증명서까지 새롭게 디자인해 ‘개성 있는’ 도시로 거듭났다.
최근 우리나라 지자체들 사이에서 디자인이 키워드가 됐다.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에 따라 거리와 건축물 등의 공공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지자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부산, 강릉, 인천 등 각 자치단체들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 관련업무를 총괄할 전문부서를 신설하는가 하면 공공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서울시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부시장급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올해부터 디자인 문화 종합축제인 ‘세계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공디자인을 시정(市政)운영의 1순위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광주시는 느긋한(?) 입장이다.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할 전문부서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영입 또한 관심 밖이다. 지난 2005년 세계 디자인 발신기지로 발돋움 하기 위해 디자인 비엔날레를 신설한 광주시의 의욕은 온데간데 없다.
런던의 빨강색 2층 버스와 뉴욕의 노랑색 택시, 뒤셀도르프의 초록색 경찰차는 공공디자인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이들 색상은 칙칙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사람들의 마음에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이제부터라도 광주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