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이전, 절차에 갇히면 미래도 멈춘다 - 용홍근 예비역 공군 중령, 전 제1전투비행단 공보정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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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이전, 절차에 갇히면 미래도 멈춘다 - 용홍근 예비역 공군 중령, 전 제1전투비행단 공보정훈실장
2026년 03월 09일(월) 00:20
군 공항 이전사업은 그 절차만 보더라도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과정인지 알 수 있다. 예비이전후보지 선정부터 이전후보지 선정, 지원계획 수립, 주민투표 및 유치 신청, 이전 부지 확정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단계가 모두 마무리되어야 비로소 이전 및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과정 하나하나는 이전 대상지는 물론 주변 지역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종 부지가 확정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현실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군 공항 이전사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그렇다면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다른 지역 사례만 보더라도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다. 광주의 경우 겉으로는 이전 대상 지자체장과 정부 관계자 간 협의가 이어지며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보여지는 합의와 실제 행정 절차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한계를 넘어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에 실질적인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첫째, 절차인 ‘시행 순서’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법적 틀은 지키되 일정상 병행 가능한 절차는 과감히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비이전후보지가 선정된다면 주민투표 준비와 공론화 과정은 병행할 수 있다. 광주의 경우 이전 대상지의 선택 폭이 사실상 좁혀져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비이전후보지가 현 무안공항이 될지, 무안공항 확장 방식이 될지, 아니면 제3의 후보지가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순서에 집착하기보다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일이다.

둘째, 행정 절차에 대한 합리적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나 철새 이동 경로 분석 등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행정 절차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전략이 분명하다면 세부 절차에 과도한 시간이 소모돼서는 안 된다. 전략은 ‘군 공항 이전’이며, 각종 조사와 검토는 이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꼼꼼함과 지연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행정의 치밀함은 유지하되, 결정의 시계를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

셋째, 더 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은 단순히 공항 하나를 옮기는 사업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광주공항은 물론 여수·목포·군산 공항까지 아우르는 ‘호남권 거점 공항’이라는 장기적 청사진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대구·수원·광주로 이어지는 군 공항 이전은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 대규모 공항 이전사업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담대해야 한다. 절차에 갇힌 사업이 아니라 비전이 이끄는 사업이어야 한다.

군 공항 이전은 더 이상 지역 갈등의 프레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한다. 해외여행을 위해 호남권 주민들이 더 이상 새벽 버스를 타고 먼 공항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명실상부한 지역 거점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과 지자체, 정부, 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진다.

나아가 광주 군 공항 이전은 단순한 시설 이전이 아니다. 이는 호남의 교통·물류·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선택이며, 지역 균형발전의 시험대다. 만약 행정적 지연이나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의’가 아니라 ‘더 분명한 방향’이다. 민·관·군이 함께 수긍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과정마다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길 때 비로소 광주 군 공항 이전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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