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의 육아일기] 열 펄펄~ 아픈 아이 안고 동분서주…초보 엄마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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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기자의 육아일기] 열 펄펄~ 아픈 아이 안고 동분서주…초보 엄마는 웁니다
(3) 병실에서 보낸 계절
100일 잔치 앞두고 한밤중 고열
야간 아동병원 없어 밤새 애태워
원인 불명 열꽃 일주일 입원해 치료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 12일
예측불허 상황 직장맘 가장 큰 애로
광주 공공심야어린이병원 모범 모델
2026년 01월 27일(화) 08:20
도율이는 100일을 이틀 앞두고 원인불명의 고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입원한 도율이는 100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때는 아들 도율이가 태어난 지 98일째 되던 날이었다. 이틀 뒤 맞이할 100일을 자축하기 위해 아기 곤룡포와 잔칫상 세트를 주문하던 참이었다.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왜 우는지 모를 아기 울음소리가 그래도 익숙해질 때 즈음 일이 터졌다.

저녁부터 도율이가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적외선 온도계로 열을 재보니 37~38도를 왔다 갔다 했다. 아기들은 기초체온이 높아 좀 높게 나오는 건가? 어느새 소아과가 문 닫을 시간인데,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나. 맘카페에 들어가 보니, 돌이 안 된 아기들은 응급실에 가도 할 수 있는 처치가 없다는 게시글이 여럿 있었다. 이따금 도율이가 분유를 게워냈다.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지만, 나주에 사는 우리 부부는 야밤에 갈 수 있는 아동병원 선택지가 없었다.

고민만 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나주에 딱 하나 있는 아동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부터 병원은 문전성시였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간호사가 도율이의 열을 재니 39도였다.

“어머님! 아기가 열이 너무 높은데요?”

다급한 간호사의 말에 나는 사색이 됐다. 의사는 모체 면역력을 가진 시기이기 때문에, 아기가 100일 전에 이렇게 열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소변을 확인해보겠다 했다.

100일 아기는 정말 작다. 그 작은 아기 팔에 바늘이 푹 들어가니 속이 상했다. 아픈 도율이가 힘없이 울었다. 팔에서 혈관을 찾지 못해 발목에 바늘을 꽂을 정도였다. 검사 결과, 나주 아동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100일 아기가 열이 나면 보통 요로감염, 패혈증, 뇌수막염 세 가지 중 하나인데, 나주에서는 요로감염과 패혈증만 확인 가능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요로감염과 패혈증은 아니라면서, 소견서를 써 주니 광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뇌수막염이면 큰일이라고 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열이 점점 오르는 아기를 안고 광주로 가는 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임신 때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나? 40주를 덜 채우고 유도분만을 해서 그런가? 아기가 아프면 엄마는 죄인이 된다.

광주기독병원으로 간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도율이 발목에 바늘을 꽂고 소변을 받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뇌수막염 검사를 위해 이번엔 척추에도 바늘을 꽂았다. 무서운 엄마는 도율이 몸에 주사가 들어갈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도율이는 분유 말고는 다른 음식을 먹지 않을 때라, 해열제도 먹는 족족 게워냈다. 검사 결과, 뇌수막염도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입원하고 상황을 지켜보자 했다. 그마저도 소아과 병실이 부족해 하루는 대기실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틀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도율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열 주사를 맞아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울보 엄마로 소문이 났다. 처치를 위해 병실을 찾은 간호사들은 항상 휴지를 챙겨 들어왔다.

도율이 몸에는 열꽃이 피기 시작했다. 울분이 치밀었다. 선천적인 불치병은 아니겠지? 종교도 없는데, 모든 신에게 기도하기 이르렀을 때 의료진이 드디어 진단을 내렸다. 이맘때 으레 걸리는 원인불명의 열병이란다. 특히 동아시아계 유전적 요인이 큰, 이 병은 해열제에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진단과 함께 맞는 약을 찾아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작은 도율이의 혈관을 찾느라 식은땀 흘리며 주삿바늘을 꽂던 의료진의 노고도, 회사 다니면서 도율이를 간병한 남편의 수고도 눈에 들어왔다.

젖병과 소독기, 가습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시작한 병원생활 일주일째, 난이도 최고 병원생활을 겪은 엄마의 멘탈은 강철급이 됐다. 퇴원 후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외래 진찰을 다니던 도율이는 한 달 뒤 또 코로나에 걸려 열이 올라 두 번째 입원생활을 시작했지만, 더 이상 엄마의 마음이 약하지 않았다. 푹푹 들어가는 주사바늘도 눈 뜨고 보고, 도율이 입에 약도 잘 털어 넣었다. 도율이는 한 달 뒤 또 급성 후두염으로 입원했다. 엄마는 입원 준비물을 꿰뚫고 있는 간병 베테랑이 됐다. 어느새 도율이의 첫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삶이 정말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100일 기념 곤룡포와 잔칫상은 결국 포장박스를 뜯어보지도 못하고 반송했다.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 아이를 24시간 붙어서 간병했지만, 복직한 지금은 슬슬 걱정이 된다.

요즘은 여러 지자체에서 ‘아이돌봄 서비스’ 정책을 시행 중이긴 하나, 그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평균 대기 시간이 12일을 넘어선다. 지난해 기준,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는 2755가구(아동 4240명)에 달하지만, 돌보미 수는 1297명에 불과하다. 아기가 계획해 놓고 아픈 것이 아니기에, 부모들은 당장 돌봄 공백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정책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손에 닿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광주시가 처음 도입한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전국적으로 확대할 만한 모범적인 정책 모델이다. 광주시는 2023년 9월부터 광주기독병원을 공공심야어린이병원으로 지정해 평일과 휴일 자정까지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 진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주센트럴병원, 아이맘아동병원, 미래아동병원 등이 포함된 달빛어린이병원 체계를 통해 야간·주말·공휴일 소아 진료 접근성을 확장해 나갔다.

광주가 선진적으로 시작한 이 정책은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인천, 경기, 전남·전북, 부산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공공심야·달빛어린이병원을 도입했고, 새벽 의료공백을 채우고자 ‘새벽별어린이병원’ 논의도 거론되었다.

다만, 전남 전역으로 퍼지기에는 소아과 인력 자체가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당장 여수에서 유일한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지난달 조기 종료됐다. 의료 취약 지역일수록 국가 지원 사업 참여가 어려워지는 역설이다. 전남 전역에서도 광주형 공공심야·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돼, 모든 아이가 시간과 지역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도선인 기자 suni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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