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실이라는 여성을 통해 바라본 탈북민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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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실이라는 여성을 통해 바라본 탈북민의 과거와 현재
민혜숙 소설가 장편 ‘내 이름은 장춘실!’ 펴내
2026년 01월 20일(화) 11:40
지난 83년 방영된 ‘이산가족 찾기’(6월 30~11월 14일)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은 그만큼 깊었다. 많은 사연들이 알려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일처럼 먹먹했고 슬퍼했다. 방송국 곳곳에 부착된 수많은 사연들, 가족을 찾으려는 호소문들은 그 자체로 뉴스였고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상징했다.

민혜숙 작가의 장편 ‘내 이름은 장춘실!’(강)은 한 탈북 여성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탈북민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다.

민 작가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있던 당시 대학원생이었다. 그는 “마침 방학을 맞아 며칠 동안 텔레비전 앞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며 “여의도 광장을 가득 메운 피켓과 벽에 써붙인 호소문을 비춰줄 때마다 눈물을 닦으며 함께 울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실수나 잘못에 비해 너무 큰 고통을 당하는 비극을 정의하는 말이라면, 비극의 주인공이 된 그들이 가여웠고, 억울했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상봉은 눈물바다를 이루게 했지만, 인간사는 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 작가가 주목한 것은 가족 간의 갈들이었다. 자칫 기대에 못 미치는 가족의 등장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작품 속 춘실은 고희를 넘긴 여성이다. 먼저 탈북한 작은딸을 따라 50여 넌만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 “우리 담내가 이렇게 늙었구나, 안 죽고 용케 살아 있었구나” 하며 아버지는 춘실의 어릴 적 이름을 기억하며 다정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가족 몰래 돈을 좀 주었을 뿐, 두 사람은 밥 한 끼 함께 먹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버지의 새 가족들은 춘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춘실이는 피붙이인 작은딸도, 북에 있는 남동생도, 아버지의 새 가족도 돈 앞에 무력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애면글면 키운 딸이고 업어 키우다시피 한 동생인데, 그들은 돈이 우선이다. 춘실을 냉대하고 외면하는 아버지 가족의 태도를 생각하면 더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민 작가는 탈북민이 4만 명에 이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들의 치열한 사연들은 우리에게 성찰과 사유를 요한다.

작가는 “전쟁으로 인한 1세대 이산가족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탈북 과정에서 생겨난 새로운 이산가족에게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안타깝다”며 “‘같은 민족’이라는 말의 의미도 희미해지는 이 시대에 안전지대에서 살아온 행운이 다행스러우면서도 공연히 미안하다”고 전했다.

한편 민 작가는 연세대 불문과에서 박사학위를, 전남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남대, 호남신학대에서 강의했다. 소설집으로 ‘서울대 시지푸스’, ‘황강 가는 길’ 등과 장편소설로 ‘세브란스 병원 이야기’ , ‘돌아온 배’ 등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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