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위기, 어제의 역사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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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위기, 어제의 역사에서 길을 찾다
내일을 위한 역사-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조민호 옮김
2025년 11월 28일(금) 00:20
이민자 혐오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정당과 언론까지 나서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들은 이민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 삶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연구 결과는 이민자들이 악영향을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창출한다고 말하지만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주 노동자, 특히 중국인 혐오는 도를 넘어선 상태다.

현재 이민자는 약 2억 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3500만명이 내부 박해나 전쟁 때문에 고국을 떠나야했던 난민이다. 2050년까지 이민자 수는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인 10억명에 달할 거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민자 혐오 뿐만이 아니다. 최악의 가뭄, 녹아내리는 빙하, 무너지는 복지, 만연하는 바이러스, 무자비한 사이버 공격 등 전지구적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인류는 그 해결 방식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사회철학자이자 문화사상가 로먼 크르즈나릭의 ‘내일을 위한 역사:과거의 세계가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10가지 주요 위기를 해결하는 데 과거의 역사는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 짚어본 책이다.

저자는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위기가 어땠는지 상기시키고, 현재의 불의와 권력의 뿌리를 드러내고, 생존과 번영을 이끌 단서를 제공한다”며 “집단 행동과 인간 조직, 공동선을 위한 공유된 혁신인 ‘사회 혁신’에 주목해 역사적 사건과 일화를 선별”했다고 밝혔다.

중세 에스파냐의 알안달루스 왕국에는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살았던 ‘콘비벤시아(공존)’ 문화가 있었다. 함께 체스를 두는 유대인과 무슬림. <더퀘스트 제공>
저자는 이민자 혐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중세 이슬람 왕국을 소환한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대량 이주 시대의 필수 요소는 ‘관용’임을 밝히고, 중세 에스파냐의 알안달루스 왕국에서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살았던 ‘콘비벤시아(공존)’ 문화를 소개한다. 또 1965년 독립 당시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싱가포르가 공공주택 분야에서 시도한 혁신을 통해 어떻게 ‘다문화 국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갔는지 들려준다.

소셜미디어가 초래하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 양극화 문제는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힌트를 찾는다. 쿠텐베르크에서 촉발된 인쇄기의 역사는 인류에 미친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간행된 인쇄물을 통해 양극화와 박해, 폭력을 부채질했다는 오명도 갖고 있다. 현재의 디지털 문화는 활자 문화 시대와는 파급력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고, 그에 따른 문제 역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1700년대 런던에만 2000개 넘게 운영되던 커피하우스는 정보를 공유하는 매력적인 소셜 플랫폼이자, 다양한 주제로 논쟁하고 숙의하는 ‘민주적 공론장’이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조장하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행동하고, 관대함과 상호 이해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협력의 방식으로 사람들 사이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공론장’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그밖에 화석 연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인류는 유전공학의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지, 불평등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되살릴 수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19세기 노예 봉기, 일본 에도시대의 재생 경제, 미국의 우생학 등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더퀘스트·2만1000원>

/김미은 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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