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질 향상 위한 ‘원격의료’가 ‘판독 하청’ 불렀다
2003년부터 전문의 판독 받기 어려운 지방병원 원격 의료 허용
상급병원, 되레 1차 기관에 떠넘겨…“인원 부족·시기 촉박 때문”
상급병원, 되레 1차 기관에 떠넘겨…“인원 부족·시기 촉박 때문”
![]() /클립아트코리아 |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환자 동의 없이 CT, MRI 등을 1~2차 병·의원으로 ‘원격 판독’을 맡기는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중소 병원이나 지역 의원 등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원격 의료’ 도입 취지와 달리, 상급종합병원이 1~2차 병원에 진단을 떠넘기는 ‘하청’ 형태로 변질되면서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병원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 것이 아닌 데다, 개인정보인 진료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다른 병원에 넘기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은 ‘원격 판독’ 제도를 활용해 CT, MRI 등 영상 촬영 정보를 판독,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이 영상 촬영을 하면 다른 병원에 보내져 해당 병원 전문의가 아닌 광주 다른 1~2차 병원 의사나 다른 지역 의사들이 판독해 제공하고 있는 실정으로, 의료법(34조)에 따라 전문의 부족에 따른 업무량 증가를 막고 효율적인 병원 운영을 위한 조치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광주·전남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추적 검사를 받아온 50대 A씨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에 걸쳐 받아 온 판독 결과를 모두 해당 병원이 아닌, 광주의 다른 1차 병원 의사가 판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나치게 잦은 원격 판독이 이뤄지면서 ‘피치 못한 사정’보다는 ‘하청’ 맡기듯이 외주 판독을 맡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반면, 광주지역 2차 병원들인 종합병원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원격 판독을 불가피한 ‘대체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광주시 북구에 있는 종합병원 두 곳에 연락해보니 각 병원은 “외주 판독을 따로 의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구의 한 종합병원은 “원장 휴진일 때만 맡긴다”고 했으며,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영상 기록을 다른 병원에 맡겨 문의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환자에 한해서 대리 판독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의 원격 판독 제도가 하청 형태로 진행되는 것 자체가 원격 의료를 허용한 의료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의료법 개정 이후부터 법적으로 허용된 원격 판독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로 대도시 대형병원 위주로 분포돼 있다 보니, 전문의 판독을 받기 어려운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현재 실태는 대학병원 전문의들이 1차 병원에 판독을 떠넘기는 듯한 행태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각 상급종합병원 측은 영상의학과 교수진 부족 문제와 처우 문제로 인한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많은 병원들도 외주 판독을 맡기는 점, 지방 영상의학과 교수들의 이동으로 부족한 교수진 등을 고려하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전남대병원에는 10명, 화순전남대병원에는 8명, 조선대병원에는 8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영상검사 적정성 평가 시 응급, 입원 환자에 대한 CT, MRI 촬영 후 24시간 이내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을 완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정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격판독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원격판독 사실을 몰랐다”,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법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인 진료 정보를 타 의료기관으로 전송하는 것이 위법적 행태라는 것이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외부 판독에 대해서는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안내 규정이 없는 상황으로 촬영을 할 당시에는 외주 판독을 맡길지, 원내 판독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공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판독에 대한 사전 공지를 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이고 사후라도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지역 중소 병원이나 지역 의원 등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원격 의료’ 도입 취지와 달리, 상급종합병원이 1~2차 병원에 진단을 떠넘기는 ‘하청’ 형태로 변질되면서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은 ‘원격 판독’ 제도를 활용해 CT, MRI 등 영상 촬영 정보를 판독,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이 영상 촬영을 하면 다른 병원에 보내져 해당 병원 전문의가 아닌 광주 다른 1~2차 병원 의사나 다른 지역 의사들이 판독해 제공하고 있는 실정으로, 의료법(34조)에 따라 전문의 부족에 따른 업무량 증가를 막고 효율적인 병원 운영을 위한 조치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반면, 광주지역 2차 병원들인 종합병원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원격 판독을 불가피한 ‘대체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광주시 북구에 있는 종합병원 두 곳에 연락해보니 각 병원은 “외주 판독을 따로 의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구의 한 종합병원은 “원장 휴진일 때만 맡긴다”고 했으며,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영상 기록을 다른 병원에 맡겨 문의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환자에 한해서 대리 판독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의 원격 판독 제도가 하청 형태로 진행되는 것 자체가 원격 의료를 허용한 의료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의료법 개정 이후부터 법적으로 허용된 원격 판독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로 대도시 대형병원 위주로 분포돼 있다 보니, 전문의 판독을 받기 어려운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현재 실태는 대학병원 전문의들이 1차 병원에 판독을 떠넘기는 듯한 행태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각 상급종합병원 측은 영상의학과 교수진 부족 문제와 처우 문제로 인한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많은 병원들도 외주 판독을 맡기는 점, 지방 영상의학과 교수들의 이동으로 부족한 교수진 등을 고려하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전남대병원에는 10명, 화순전남대병원에는 8명, 조선대병원에는 8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영상검사 적정성 평가 시 응급, 입원 환자에 대한 CT, MRI 촬영 후 24시간 이내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을 완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정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격판독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원격판독 사실을 몰랐다”,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법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인 진료 정보를 타 의료기관으로 전송하는 것이 위법적 행태라는 것이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외부 판독에 대해서는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안내 규정이 없는 상황으로 촬영을 할 당시에는 외주 판독을 맡길지, 원내 판독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공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판독에 대한 사전 공지를 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이고 사후라도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