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여성의 역사, 예술로 피어나다
‘2025 광주민족예술제’
광주민예총, 25일 빛고을시민문화관
광복 80주년 기념 총체극 ‘빛의 여정’
전시·버스킹·체험프로그램 등 다채
광주민예총, 25일 빛고을시민문화관
광복 80주년 기념 총체극 ‘빛의 여정’
전시·버스킹·체험프로그램 등 다채
![]() ‘2025 광주민족예술제’가 오는 25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축제의 모습. <광주민예총 제공> |
동학의 들불에서 광주의 오월까지. 격랑의 역사 속에는 언제나 여성들이 있었다. 전라도의 여성들은 분단과 전쟁, 폭력과 상처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희망과 강한 생명력을 놓지 않았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라도 여성의 삶을 예술로 풀어낸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끈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광주민예총·회장 박종화)이 오는 25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2025 광주민족예술제’를 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빛의 여정 : 여성, 역사, 예술로 피어나다’.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여성의 발자취를 예술로 형상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의 장으로 꾸며졌다.
이번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총체극 ‘빛의 여정’이다. 작품은 동학농민운동의 격랑 속에서 분단과 전쟁, 그리고 1980년 오월항쟁을 지나며 시대를 지탱해온 여성들의 서사를 춤과 음악으로 엮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동학의 여장군 이소사가 있다. 조선 말 22세의 나이에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인물로 농민군을 이끌고 백성을 위해 일어섰다 끝내 쓰러진다.
그녀의 혼은 어린 소녀 점화에게로 이어지고, 점화는 교사이자 광복군 간호장교로 성장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해방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가족과 함께 이념의 벽에 가로막히고 ‘빨갱이’로 몰린다.
한편 지리산 민가의 소녀 순분이는 반딧불을 좇으며 분열된 세상이 다시 하나 되길 꿈꾼다. 세월이 흘러 1980년 광주, 순분이는 가수가 되어 시민들과 함께 노래로 저항의 목소리를 잇는다. “우리는 오늘 밤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들불의 화산이 되어 민족의 해방과 영광의 날을 맞이하는 심장이 될 것입니다.”
순분의 절규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앉는다.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광장을 밝힌 ‘키세스 시위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작품은 작은 불빛이 이어져 혼불이 되고, 다시 응원봉의 물결로 번져가는 여정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풍물과 판소리, 마임, 합창이 어우러진 무대는 시대를 견뎌낸 여성과 민초들의 혼이 여전히 이 땅을 지켜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찬일 광주민예총 이사장은 “이 공연은 여성의 역사를 예술로 되살려 공동체의 기억을 다시 쓰는 자리”라며 “예술이 과거의 기억을 오늘의 공감으로 바꾸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는 총체극 외에도 전시, 버스킹,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진다.
오후 1시부터 빛고을시민문화관 입구에서 열리는 전시 ‘여성, 역사, 예술로 피어나다’에서는 시화·사진·그림 등 60여 점의 작품이 시대별 여성의 삶을 비춘다. 해방 이후 여성의 사회 참여와 예술적 자의식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여성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로 향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버스킹 무대에서는 연희단 아리가 사물놀이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청랑의 댄스 공연과 푸른솔시민합창단·광주전남작가회의의 협업 무대, 아리아리국악단의 ‘우리 악기로 듣는 가요’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체험 부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광주전남작가회의의 ‘사투리 시낭송’, 광주민족미술인협회의 ‘진관사 태극기 액션페인팅 & 인물 드로잉’, 목요사진의 ‘사진으로 만나는 웅녀에서 신여성까지’ 등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준비됐으며, 시민 참여형 ‘네 컷 사진 부스’도 운영된다.
박종화 광주민예총 회장은 “예술은 그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움직이는 힘”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이 공동체의 언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광주민예총·회장 박종화)이 오는 25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2025 광주민족예술제’를 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빛의 여정 : 여성, 역사, 예술로 피어나다’.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여성의 발자취를 예술로 형상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의 장으로 꾸며졌다.
![]() 김화순 ‘달빛 담은 나뭇잎과 함께’ |
한편 지리산 민가의 소녀 순분이는 반딧불을 좇으며 분열된 세상이 다시 하나 되길 꿈꾼다. 세월이 흘러 1980년 광주, 순분이는 가수가 되어 시민들과 함께 노래로 저항의 목소리를 잇는다. “우리는 오늘 밤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들불의 화산이 되어 민족의 해방과 영광의 날을 맞이하는 심장이 될 것입니다.”
순분의 절규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앉는다.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광장을 밝힌 ‘키세스 시위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작품은 작은 불빛이 이어져 혼불이 되고, 다시 응원봉의 물결로 번져가는 여정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풍물과 판소리, 마임, 합창이 어우러진 무대는 시대를 견뎌낸 여성과 민초들의 혼이 여전히 이 땅을 지켜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찬일 광주민예총 이사장은 “이 공연은 여성의 역사를 예술로 되살려 공동체의 기억을 다시 쓰는 자리”라며 “예술이 과거의 기억을 오늘의 공감으로 바꾸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는 총체극 외에도 전시, 버스킹,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진다.
오후 1시부터 빛고을시민문화관 입구에서 열리는 전시 ‘여성, 역사, 예술로 피어나다’에서는 시화·사진·그림 등 60여 점의 작품이 시대별 여성의 삶을 비춘다. 해방 이후 여성의 사회 참여와 예술적 자의식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여성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로 향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버스킹 무대에서는 연희단 아리가 사물놀이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청랑의 댄스 공연과 푸른솔시민합창단·광주전남작가회의의 협업 무대, 아리아리국악단의 ‘우리 악기로 듣는 가요’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체험 부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광주전남작가회의의 ‘사투리 시낭송’, 광주민족미술인협회의 ‘진관사 태극기 액션페인팅 & 인물 드로잉’, 목요사진의 ‘사진으로 만나는 웅녀에서 신여성까지’ 등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준비됐으며, 시민 참여형 ‘네 컷 사진 부스’도 운영된다.
박종화 광주민예총 회장은 “예술은 그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움직이는 힘”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이 공동체의 언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