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물 우선 구매 ‘권고’뿐 …‘출판 육성’ 여전히 미흡
<4> 지역 출판 정책
광주시, 2021년 출판 진흥 조례 제정
지난해 9월까지 지자체 10여곳서 시행
지역 출판물 자치구 도서관에 우선 비치
5년마다 진흥계획 수립·시행 등 담겨
출판법에 지역출판 언급 없어 지원책 난망
골목서점·독서 문화 살아나야 정책 효과
광주시, 2021년 출판 진흥 조례 제정
지난해 9월까지 지자체 10여곳서 시행
지역 출판물 자치구 도서관에 우선 비치
5년마다 진흥계획 수립·시행 등 담겨
출판법에 지역출판 언급 없어 지원책 난망
골목서점·독서 문화 살아나야 정책 효과
![]() 지역 출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출판과 서점, 도서관 등을 연계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CC의‘북적북적한 하루’. |
올해 노벨문학상에 헝가리 출신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선정됐다는 소식과 맞물려 그의 작품들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헝가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지난 2002년 임레 케르테스 이후 두 번째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를 배출한 나라의 문학이 그만큼 세계 문학출판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라슬로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타전되자 그의 책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의 수상 때도 목격했던 풍경이다. 지난해 광주 출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지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문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작가를 키워낸 지역의 문화 환경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문화 환경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부분은 단연 ‘출판’이다. 작가를 배출한 도시의, 지역의 출판환경은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대한 작가를 만드는 것은 독서문화, 즉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얼마나 잘 조성돼 있느냐와 연계된다.
그런 관점에서 출판은 문화향유를 비롯해 독서문화, 콘텐츠 생산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중요한 분야다. 또한 학술, 편집 디자인, 인쇄, 운송, 서점 및 도서관 등과 생태계를 이룬다.
특히 출판은 지역의 인문·정신문화를 견인하는 촉매제라는 점에서 영향력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역 출판을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를 발굴, 기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 출판 분야의 영향력을 도외시 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 출판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출판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한강 책을 출간한 판권을 보유한 출판사들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노벨상 특수’가 지역 출판계로까지 유의미한 결실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시대를 일컬어 흔히 ‘로컬콘텐츠 시대’라고 한다. 제 분야가 지역의 특성을 토대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출판은 여전히 ‘로컬콘텐츠 시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지역 출판을 둘러싼 진흥 조례가 속속 제정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지역출판 진흥조례안’이 제정돼 시행됐다. 광주는 지난 2021년 ‘광주시 지역출판 진흥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다. 2024년 9월 현재 ‘지역 출판 진흥조례’가 제정된 곳은 광역지자체 등 포함 10여곳 안팎이다.
김정명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는 ‘문학들’(2024년 가을호)에서 “2018년 제주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충청남도와 인천, 이 두 지역에서 제정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차별화된 지역출판 지원 정책에 관한 섬세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출판에 대해서 ‘출판법’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역출판조례’ 제정에 대해서도 지역출판에 대한 지원책 마련의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며 “지역출판사에 대한 실태 조사가 없기 때문에 현재, 지역출판사들의 현황도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4년 김나윤 의원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광주시의 ‘지역출판 진흥 조례’의 주요 내용은 시장은 지역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노력하고 자치구 및 광주시교육청이 설치·운영하는 도서관에 지역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해 비치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출판 육성을 위해 5년마다 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지역에서 출판한 간행물을 우선 구매해 비치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으로는 지역 출판의 활성화가 담보될 수 없다. 세부적인 시행 규칙이 마련돼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다.
강경호 ‘시와사람’ 발행인은 “골목서점과 지역 독서 문화가 살아나야 공급 측 지원도 효과를 얻는다. 지역 서점에서 지역 출판물을 구매하면 도서문화상품권 캐시백을 제공하거나, 학교·도서관에서 지역 출판사가 기획한 저자 강연을 열 때 행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수요 촉진책이 될 수 있다”며 “책 읽는 인구’가 늘어야만 ‘책 만드는 지역출판사’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명 교수도 ‘문학들’(2024년 가을호)에서 “지역출판사-지역서점-도서관이 연계될 수 있는 정책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서 지역도서관에서 ‘지역서점 우선구매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지역출판물의 구매까지도 조례에 담긴다면 도서관에서 다양한 지역출판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아오모리현의 하치노헤시에서 정책적 공약으로 추진하는 ‘책마을 하치노헤’를 예로 들었다. 이 정책은 ‘책’을 중심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해 공공도서관과 공공서점을 연결, 하치노헤북센터를 설립·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와카야마현 아리타가와에서는 ‘그림책마을’로 이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기후 변화,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지역 소멸 등을 외치지만 말고 로컬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적, 문화적 성장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사실 지역 출판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지역별 출판사다.
그러나 지역 출판사 또한 그 수적인 면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편차는 사뭇 크다. 출판사 10곳 중 7곳 수도권에 소재할 정도로 집중화가 심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2024년 발행한 ‘2024년도 상반기 KPIPA 출판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출판사 수는 약 8만여개(7만9564개)에 이른다. 2022년 7만5324개에 비해 5.6%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75.5%인 6만45개가 수도권에 소재를 둘 만큼 집중화돼 있다.<광주일보 2025년 9월 15일자 22면> 또한 발행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2023년 기준 9113개로 전체 11.5%로, 지난 2022년 9281개인 12.3%보다 0.8%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역 출판과 관련 인프라의 부재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출판은 인쇄소를 비롯해 유통, 창고 등이 필수적이다. 지역 출판사들이 파주나 서울에 인쇄나 물류를 맡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강경호 시와사람 대표는 “수도권 대형 출판사는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획이나 홍보, 물류를 일원화해 전국 서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다”며 “그러나 지방 중소 출판사는 인쇄비는 물론 배송비,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통 인프라 개선이 지역 출판을 살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지역출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급선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를 배출한 나라의 문학이 그만큼 세계 문학출판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라슬로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타전되자 그의 책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문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작가를 키워낸 지역의 문화 환경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문화 환경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부분은 단연 ‘출판’이다. 작가를 배출한 도시의, 지역의 출판환경은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대한 작가를 만드는 것은 독서문화, 즉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얼마나 잘 조성돼 있느냐와 연계된다.
특히 출판은 지역의 인문·정신문화를 견인하는 촉매제라는 점에서 영향력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역 출판을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를 발굴, 기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 출판 분야의 영향력을 도외시 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 출판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출판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동네서점 책과생활 내부. |
오늘의 시대를 일컬어 흔히 ‘로컬콘텐츠 시대’라고 한다. 제 분야가 지역의 특성을 토대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출판은 여전히 ‘로컬콘텐츠 시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지역 출판을 둘러싼 진흥 조례가 속속 제정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지역출판 진흥조례안’이 제정돼 시행됐다. 광주는 지난 2021년 ‘광주시 지역출판 진흥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다. 2024년 9월 현재 ‘지역 출판 진흥조례’가 제정된 곳은 광역지자체 등 포함 10여곳 안팎이다.
김정명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는 ‘문학들’(2024년 가을호)에서 “2018년 제주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충청남도와 인천, 이 두 지역에서 제정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차별화된 지역출판 지원 정책에 관한 섬세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출판에 대해서 ‘출판법’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역출판조례’ 제정에 대해서도 지역출판에 대한 지원책 마련의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며 “지역출판사에 대한 실태 조사가 없기 때문에 현재, 지역출판사들의 현황도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4년 김나윤 의원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광주시의 ‘지역출판 진흥 조례’의 주요 내용은 시장은 지역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노력하고 자치구 및 광주시교육청이 설치·운영하는 도서관에 지역출판 간행물을 우선 구매해 비치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출판 육성을 위해 5년마다 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지역에서 출판한 간행물을 우선 구매해 비치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으로는 지역 출판의 활성화가 담보될 수 없다. 세부적인 시행 규칙이 마련돼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다.
강경호 ‘시와사람’ 발행인은 “골목서점과 지역 독서 문화가 살아나야 공급 측 지원도 효과를 얻는다. 지역 서점에서 지역 출판물을 구매하면 도서문화상품권 캐시백을 제공하거나, 학교·도서관에서 지역 출판사가 기획한 저자 강연을 열 때 행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수요 촉진책이 될 수 있다”며 “책 읽는 인구’가 늘어야만 ‘책 만드는 지역출판사’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명 교수도 ‘문학들’(2024년 가을호)에서 “지역출판사-지역서점-도서관이 연계될 수 있는 정책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서 지역도서관에서 ‘지역서점 우선구매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지역출판물의 구매까지도 조례에 담긴다면 도서관에서 다양한 지역출판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아오모리현의 하치노헤시에서 정책적 공약으로 추진하는 ‘책마을 하치노헤’를 예로 들었다. 이 정책은 ‘책’을 중심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해 공공도서관과 공공서점을 연결, 하치노헤북센터를 설립·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와카야마현 아리타가와에서는 ‘그림책마을’로 이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기후 변화,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지역 소멸 등을 외치지만 말고 로컬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적, 문화적 성장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사실 지역 출판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지역별 출판사다.
그러나 지역 출판사 또한 그 수적인 면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편차는 사뭇 크다. 출판사 10곳 중 7곳 수도권에 소재할 정도로 집중화가 심하다.
![]() 전일빌딩245 내 북카페 |
이 같은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역 출판과 관련 인프라의 부재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출판은 인쇄소를 비롯해 유통, 창고 등이 필수적이다. 지역 출판사들이 파주나 서울에 인쇄나 물류를 맡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강경호 시와사람 대표는 “수도권 대형 출판사는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획이나 홍보, 물류를 일원화해 전국 서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다”며 “그러나 지방 중소 출판사는 인쇄비는 물론 배송비,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통 인프라 개선이 지역 출판을 살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지역출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급선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