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교통사고 목격…구조 망설일 시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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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서 교통사고 목격…구조 망설일 시간 없었죠”
전남119특수구조대 김구현 소방위
차량 통제·구조 등 발빠른 조치…美 소방서 “교과서 같은 대응”
전남 첫 인명구조사 등 3부문 1급 취득 “믿음직한 소방관 될 것”
2025년 07월 06일(일) 19:30
김구현 소방위가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주 골든소방서에서 급류구조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밤 10시 50분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고속도로 위에서 차량 2대가 충돌한 뒤 한 대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충격으로 공중으로 튕겨진 빨간 픽업트럭은 수차례 굴러 김구현(38) 전남119특수구조대 소방위와 동료들이 탑승한 차량 바로 앞에서 전복됐다.

국제구조대 급류구조 훈련을 마친 뒤 숙소로 복귀하는 중이었던 김 소방위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이기평·편영범·조인성 소방장, 김영진 소방교는 즉시 도로 위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 소방위와 동료들은 차량 통제, 2차 사고 예방조치 등 빠르게 각자 역할 분배에 나섰고 구조를 맡은 김 소방위는 창문을 깨기 시작했다. 반팔, 반바지 차림에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구조해야 했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현장은 처참했다. 양쪽 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진 데다 차량이 뒤집혀 있어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운전석에 앉은 40대 남성은 의식이 없었지만 조수석의 여성은 의식이 있었다.

차 안에서 두사람을 구조한 김 소방위는 남성을 바닥에 눕히고 CPR을 시작했다. 3분 정도 지나자 신고를 받고 도착한 미국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여성은 살았지만 남성은 끝내 숨을 거뒀다.

미국 콜로라도주 아담스 카운티 소방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구조 대원들의 구조 행동은 모든 소방관이 따라야 할 교과서 같은 대응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구현 전남119특수구조대 소방위가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주 골든소방서에서 급류구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왼쪽), 김 소방위가 지난달 13일 밤 콜로라도주 덴버 고속도로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당한 남성에게 CPR을 하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발생한 사고였지만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했다”고 김 소방위는 회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도울 때 큰 행복을 느꼈던 그는 특전사 전역 후 곧바로 소방관이 됐다. 김 소방위는 전남 소방관 중 최초로 인명구조사, 화학사고 대응능력, 화재사고 대응능력 1급을 모두 취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선발대로 투입됐다. 당시 조종석 수습을 맡았던 김 소방위는 처참한 현장과 냄새를 잊지 못한다. 미국행 비행기에서는 비행 연료 냄새를 맡자마자 사고 현장을 떠올리게 돼 한동안 말을 더듬는 등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 대원 1년 차 때는 익수자 구조를 위해 하천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중 다리 밑 철근에 호흡기가 걸리면서 수면 위로 오르지 못해 물속에서 과호흡 증상이 왔던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은 없다.

“출동한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해주셨던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구조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네가 있어 안심이 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믿음직하고, 든든한 소방관으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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