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미술관 ‘하나오카 이야기’ 모티브 국제 학술심포지엄
“5·18과 하나오카 사건 연계해 조명을”
1945년 하나오카 광산서 일어난
조선인·중국인 419명 학살 사건
마쓰다 도키코, 소설로 진실 알려
일본인 학자 3명 심포지엄 참석
“광주정신, 도키코 생애와 겹쳐져”
1945년 하나오카 광산서 일어난
조선인·중국인 419명 학살 사건
마쓰다 도키코, 소설로 진실 알려
일본인 학자 3명 심포지엄 참석
“광주정신, 도키코 생애와 겹쳐져”
![]() 광주시립미술관 주최 심포지엄이 끝나고 일본 학자 3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왼쪽부터 다카하시 히데라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 역사교육자협의회장,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토회 대표. |
“광주 5·18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광주시민들에게는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갔다고 봅니다. 윤석열에게는 80년 5·18 당시 계엄령이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자신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선포했던 것 같아요. 반면에 광주시민들은 80년 전두환 일당의 신군부가 획책한 계엄령으로 학살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던 것은 더 이상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18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는 하정웅컬렉션 ‘하나오카 이야기’를 모티브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인 학자 3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 역사교육협의회 회장, 다카하시 히데라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회 대표 등이 그들이다.
‘하나오카 사건’은 1945년 6월 일제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나오카 광산에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후 일본 군경에 의해 419명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땅 밑의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집필해 일제 만행을 고발하고 사죄의 뜻을 전하는 데 역점을 뒀다. ‘하나오카 사건’ 이후 시인과 화가 등 예술가들이 당시 사건을 목판화(하나오카 이야기)로 제작했으며, 하정웅 명예관장이 소장하게 된다.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3명의 일본 학자들은 기조강연, 발제를 했다.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에자키 준 대표(나나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와 차타니 주로쿠 회장(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은 발제를 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오후 7시 광주 충장로 라마다호텔에서 일본인 학자들을 만났다. 통역은 이날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주제로 발제를 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맡았다.
심포지엄이 열린 날이 때마침 역사적인 ‘5·18’이라 일본학자들도 5·18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은 “12·3 비상계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중지를 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히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마쓰다 도키코의 소설 ‘땅밑의 사람들’에 묘사됐던 탄압과 잔인한 일들은 광주 5·18을 통해서도 그 잔혹성 등을 연계해서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전했다.
에자키 준 대표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광주가 5·18을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획득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일본의 하나오카 사건은 자국민이 아닌 한국인과 중국인의 항쟁정신을 다뤘기 때문에 독특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군대가 예전의 국회로 들어갔지만 총을 쏘지도 않고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계엄령이 해제되자마자 일본에서는 즉각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광주에 와보니 상상 이상으로 그런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마스터 도키코와 광주 5·18을 연계해 접근한 김정훈 교수의 관점이 이색적이었다”며 “문병란 시인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조명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문병란 시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14년 광주에 방문했을 당시 문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문 시인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저항시를 쓰고 제국주의 비판을 하는 작품을 쓰는 면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5·18에 광주에서 심포지엄을 하게 된 데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하나오카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판화는 평화를 주제로 하기에 광주시립미술관과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라며 “평화와 민주화를 위한 광주시민의 저항과 광주정신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휴머니즘을 견지했던 마쓰다 도키코의 생애와 겹쳐진다”고 부연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하나오카 사건’은 1945년 6월 일제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나오카 광산에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후 일본 군경에 의해 419명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3명의 일본 학자들은 기조강연, 발제를 했다.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에자키 준 대표(나나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와 차타니 주로쿠 회장(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은 발제를 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오후 7시 광주 충장로 라마다호텔에서 일본인 학자들을 만났다. 통역은 이날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주제로 발제를 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맡았다.
심포지엄이 열린 날이 때마침 역사적인 ‘5·18’이라 일본학자들도 5·18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은 “12·3 비상계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중지를 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히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마쓰다 도키코의 소설 ‘땅밑의 사람들’에 묘사됐던 탄압과 잔인한 일들은 광주 5·18을 통해서도 그 잔혹성 등을 연계해서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전했다.
에자키 준 대표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광주가 5·18을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획득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일본의 하나오카 사건은 자국민이 아닌 한국인과 중국인의 항쟁정신을 다뤘기 때문에 독특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마쓰다 도키코 작가의 뜻을 받들어 일본인 학자 3명이 19일 오전 군사정권과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문병란 시인의 국립5·18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김정훈 교수 제공> |
다카하시 히데라루 부총장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광주에 와보니 상상 이상으로 그런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마스터 도키코와 광주 5·18을 연계해 접근한 김정훈 교수의 관점이 이색적이었다”며 “문병란 시인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조명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문병란 시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14년 광주에 방문했을 당시 문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문 시인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저항시를 쓰고 제국주의 비판을 하는 작품을 쓰는 면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5·18에 광주에서 심포지엄을 하게 된 데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하나오카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판화는 평화를 주제로 하기에 광주시립미술관과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라며 “평화와 민주화를 위한 광주시민의 저항과 광주정신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휴머니즘을 견지했던 마쓰다 도키코의 생애와 겹쳐진다”고 부연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