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경찰관 흉기 피습 부상…피의자는 총 맞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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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경찰관 흉기 피습 부상…피의자는 총 맞고 사망
“남성이 따라온다” 여성 신고 받고 출동…검문 요구에 다짜고짜 공격
테이저건 쐈지만 허사…“흉기 버리라” 에도 불응 실탄 3발 맞고 숨져
대응 시스템 점검 지적 속 “저위험권총 등 비살상용 총기 도입” 목소리
2025년 02월 26일(수) 21:10
26일 오전 3시 10분께 광주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 B씨(오른쪽)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은 당시 CCTV 영상 캡쳐. <독자 제공>
심야 광주도심에서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경찰이 총기사용 매뉴얼을 최대한 지켰지만,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흉악 범죄 대응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광주동부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 10분께 광주시 동구 금남로4가 동양저축은행 인근 거리에서 A(51)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포한 실탄 3발을 가슴과 옆구리 등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이 사용한 총기는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이 들어있는 38구경 리볼버 권총이다.

“수상한 남성이 집까지 따라온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금남지구대 B(55) 경찰관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 등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B경찰관으로부터 검문 요구를 받자 갑자기 들고있던 쇼핑백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B경찰관은 얼굴에 부상을 입었으며, 이 과정에서 동행한 다른 경찰관이 A씨를 향해 테이저건(전자충격기) 1발을 발사했으나 제압되지 않았다.

B경찰관은 권총을 꺼내 공중에 공포탄 한발을 쏘며 수차례 흉기를 버릴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A씨가 돌진해 오자 A씨와 근접한 상태에서 실탄 3발을 잇따라 발사했다.

상반신에 총상을 입은 A씨는 피를 흘리며 금남로공원 방향으로 20여m 도주하던 중, 금남지구대에서 지원 요청을 받고 찾아온 경찰관이 발사한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졌다.

광주경찰청은 B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경찰관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의 총기 사용은 최고 단계인 ‘고위험 물리력’에 해당한다. 대상자가 ‘치명적 공격’을 해 경찰관 또는 제3자의 생명, 신체에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치다.

규정상으로는 권총을 조준할 때 가급적 대퇴부 이하 등 상해 최소 부위를 향해야 하는데, B경찰관은 A씨의 상반신에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와 뒤엉키다시피 할 만큼 근접한 상태에서 긴박하게 사격을 한 터라 하반신을 조준해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A씨를 제압하는 것을 넘어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경찰 훈련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B경찰관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정례사격훈련 결과 1등급(90점 이상)을 기록한 ‘특급 사수’였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주경찰청은 연 2회 정례사격훈련(사격 점수 평가를 위한 훈련·10m 실거리 사격), 연 4회 특별사격훈련(흉기난동 등 시나리오를 짜서 하는 훈련)을 시행 중이다. 이들 훈련이 이번 사건처럼 야간 사격, 근거리 대치 상황뿐 아니라 심리적인 공포 등 실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이저건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A씨에게 발사한 테이저건이 제압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이저건은 2㎝ 안팎 길이의 전극침 2개를 모두 명중시켜야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데,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명중률이 떨어지고 외투를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루기 어려운 무기임에도 경찰은 정작 테이저건 사용을 연습하기 위한 ‘물리력 대응 훈련’을 연 2회 수준으로 운영 중이며, 1년 동안 테이저건 3발 사격 훈련을 할 것을 규정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범인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저위험권총 등 비살상 총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현재 기준 광주 경찰 중에 저위험권총을 보급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경찰청은 올해 저위험권총을 서울 지역에만 시범 보급하고 광주 지역에는 아직 한 정도 보급할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해 저위험권총 2만9000정을 보급해 1인 1총기 보급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안전성 문제가 거론돼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흉기 피습을 당한 상황에서 정조준을 하고 사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경찰관 또한 공포에 빠진 상태에서 고의로 피의자를 사살하기 위해 실탄을 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며 “이처럼 극한 상황까지 가정한 훈련은 이뤄지기 쉽지 않다. 실전에서 공포에 빠져도 침착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공포에 따른 신체 변화의 특성을 고려한 ‘공포 훈련’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남 지역 경찰 전문가는 “경찰 업무 수행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인권 문제나 부작용 우려 없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경찰관에게 ‘판단 잘 하라’ 식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비상시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저위력권총 등 장비를 지급하고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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