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역사적 사건과 기억…‘예술적 실천’ 장소로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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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적 사건과 기억…‘예술적 실천’ 장소로 소환
ACC, 11월 24일까지 ‘야외전시-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전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광주’·‘바람의 골짜기’·‘상실 공유’ 등
2024년 10월 15일(화) 21:35
ACC의 야외전시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이 오는 11월 24일까지 열린다. 이웅열 작 ‘상실 공유’
기억과 사건은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사건은 기억을 통해 소환되고, 기억은 사건을 매개로 저장된다.

둘의 관계가 가장 창의적이며 생산적으로 발현되는 때는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예술은 사건을 모티브로 기억이라는 발효과정을 거쳐야 구현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ACC)은 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그날의 상흔과 슬픔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자는 시민들과 희생자들의 바람이 투영돼 있다.

ACC가 ‘야외전시-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전을 오는 11월 24일까지 연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억과 사건을 예술로 소환한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강현 전당장은 “올해 야외전시는 5·18민주화운동의 축적된 기억과 사건을 예술적 시각으로 탐구하고 공유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당시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선선한 가을을 맞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기억과 사건’은 모두 7인(팀) 작가가 참여했다.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로 인해 가설 울타리로 둘러싸인 ACC의 모습을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사건’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 일부가 옛도청 복원공사 철거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르도 조각, 설치, AR 등 다양하다. 장소 특정적 작품을 통해 과거 흔적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자는 취지다. 이번 전시는 무장애 (배리어 프리) 동선을 위해 다양한 홍보물을 비치했다.

상상마당에서는 19일까지 프랑스 유명 아티스트 JR의 전지구적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인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광주’가 진행된다. JR작가는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 벽면을 비롯해 천장 등에 대형 초상 이미지를 부착해 메시지를 발신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OBBA 작 ‘바람의 골짜기’
시민 1000명이 참여하며 각기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이상을 소리로 표현한다. 참여자는 카메라 모양의 포토부스에서 자신의 초상을 촬영 후, 오디오 녹음공간으로 들어가 옛 도청, ACC 등 광주의 역사에 얽힌 개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가설 울타리 벽면을 채우며, 이러한 퍼포먼스로 인해 ‘공사현장’은 ‘역사를 기억하는 예술적 실천의 장소’로 전이된다.

이날 첫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 참여자로 80년 5월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발포하던 당시, 중학생이었던 정용국 씨가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 씨는 당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했던 선량한 시민들이 하루 속히 명예가 회복되고 진실이 밝혀지길 염원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동선을 따라 김동희 작가의 ‘망루’, 석운동 작가의 ‘둑’, 정소영 작가의 ‘증발’·‘응결’·‘부유물’·‘침전물’, OBBA의 ‘바람의 골짜기’, 오종의 ‘빛 드로잉 숲’, 이응열의 ‘상실 공유’가 전시돼 있다.

예술극장 빅도어 앞의 ‘바람의 골짜기’는 바람의 소리를 시청각적으로 전환했으며 배롱나무숲을 활용한 ‘빛드로잉 숲’은 주변의 풍경과 공간을 겹쳐보이게 하는 효과를 상정했다.

광주읍성을 모티브로 한 ‘상실공유’는 주민들을 지켜주던 옛 터전이 울타리이자 쉼터로 탈바꿈한 현장을 구현한 것이다.

한편 박예원 학예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읍성부터 옛도청, ACC로 이어지는 장소성의 의미를 사유해볼 수 있다”며 “사건과 기억을 매개로 우리의 삶과 광주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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