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이경신 지음
  전체메뉴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이경신 지음
‘연령주의’ 장벽 허물고 ‘산뜻한 나이 듦’의 서사
2024년 09월 06일(금) 00:00
73세 할머니가 주인공인 유튜브 채널에 MZ 세대들이 열광한다. 이탈리아어로 ‘친구들’을 뜻하는 ‘아미치(Amici)’라 불리는 90여만명의 구독자들은 그가 전해주는 패션팁, 인테리어에 감탄하고 따뜻한 어른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에 위안을 얻는다.

채널 ‘밀라논나’의 주인공 장명숙은 밀라노에 패션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이너 등을 맡았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그의 첫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18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산뜻하고 유쾌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는 1952년생 장명숙과 자기다움을 지키며 ‘빛나는 노년’을 꿈꾸는 1972년생 ‘밀라논나’ 제작자 이경신이 함께 쓴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밀라논나 이야기’가 나왔다. 책 제목에는 “나만 생각하며 내 마음대로 살자는 게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2019년 여름 만난 두 사람은 일로 첫 인연을 맺었지만 크리에이터와 제작자의 관계를 너머 스승과 제자, 어머니와 딸, 그리고 친구가 돼 청년과 중년, 노년의 삶 등 인생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책은 두 사람이 교환한 산문, 편지글, 문자 메시지와 직접 만나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했다.

서로 번갈아 질문자와 답변자(논나와 경신)가 돼 대화체로 써 내려간 책은 나이 들기, 다스리기, 말하기, 생각하기, 입고 먹고 말하기, 함께 일하기, 사랑하기 등 7부로 구성돼 있다. “어떻게 나를 지키고, 어떻게 너를 대하고,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모두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던져보는 질문들이다.

“나이가 들어 비로소 인생과 연애하는 느낌이 든다”는 논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젊은 친구들의 질문을 받으면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아직도 삶에 서툴러 매번 흔들리는 경신은 일상에서 맞닥뜨린 문제들에 대해 논나에게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간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나이 듦, 자기 연민이라는 덫에 빠지지 않는 것, 불안이라는 알람이 울릴 때 대처 방안 등에 대해 대화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 데이트 폭력, 비혼, 부모와 자녀의 관계, 경제적 자유의 의미 등에 대해 함께 생각한다. 또 지친 마음을 위한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 하며 감자밥전과 김밥의 레시피를 교환하고, 40년 째 같은 치수의 옷을 입는 논나의 비법도 소개된다.

“어떤 삶에도 햇빛이 닿으면 그늘지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그늘을 끌어안아야 삶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길을 묻는 이들을 만났을 때 논나가 들려준다는 말이다. <김영사·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