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 황호택·이광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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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 황호택·이광표 지음
역사와 문화의 조화…낭만의 섬 ‘신안’으로 안내하다
2024년 08월 30일(금) 00:00
천사 섬 하면 신안을 떠올린다. 1004는 상징적인 숫자다. 실제 신안은 유인도 72개와 무인도 953개를 합해 모두 1025개가 있다.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자체가 신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제시, 강화군 등도 섬으로 구성돼 있지만 신안에 견줄 바 아니다. 천사 섬은 숫자를 넘어 긍정적이며 선한 이미지를 포괄한다. 브랜드 네이밍의 성공 케이스다.

신안 주민들 또는 한번이라도 신안을 다녀온 이들에게 신안은 어떤 모습으로 환기될까. 숭고한 삶의 현장일 수도, 섬과 바다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광일 수도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개의 섬을 열거할 수도 있다.

기암괴석이 멋진 홍도를 비롯해 최대 규모의 천일염전이 있는 증도와 비금도, ‘자산어보’의 태생지 흑산도, 소작인들의 쟁의가 일어났던 암태도, 보랏빛 퍼플섬으로 유명한 반월도와 박지도, 예능프로 ‘삼시세끼’ 촬영지 만재도 등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신안의 섬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신안은 역사와 문화, 인문, 자연 등 다양한 영역의 자원을 거느린 박물관과도 같은 지역이다. 뭍은 뭍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수많은 어종과 수목, 꽃, 생물 등을 담고 있다.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은 신안의 맛과 멋, 역사와 문화 등을 조명한 책이다. 1년 6개월에 걸쳐 섬들을 직접 취재해 풀어낸 결과물이라 현장감이 생생하다. 저자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황호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와 전 동아일보 기자인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다.

두 저자는 지난해 초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들었다.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은 그렇게 시작됐고 두 저자는 현지답사, 지역민 인터뷰, 관련 자료 수집을 통해 책을 펴내게 됐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장도습지. 장도를 둘러싼 해식애가 절경이다. 박지도 바람의 언덕 이스타국화 정원에서 바라본 퍼플교. 맞은편 섬은 안좌도. 홍도의 북쪽 끝에 있는 홍도 등대. 1931년 일제가 대륙 침략의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신안군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흑산도, 홍도 권역’에는 철새 박물관과 전국 최대 홍어 위판장을 소개한다. 남도 사람들이 상차림 점수를 매길 만큼 애호하는 홍어에 대한 정보부터 ‘자산어보’에 나오는 내용 등, 위판장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580여 종 철새 가운데 400여 종이 흑산도를 거쳐 갈 만큼 이곳은 철새 관련 최적 학습장이다.

2부 ‘북부 권역’은 지도, 임자도, 증도, 소악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와 조림, 찜, 구이, 국 등 팔방미인 대접을 받는 여름 병어는 지도에서 많이 잡힌다. 어획량이 줄고 중국 어선의 싹쓸이 탓에 최근 20년간 가장 많이 가격이 오른 생선이 병어다. 증도는 국가 습지보호구역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섬으로 미네랄이 풍부한 최고 품질의 토판천일염이 생산된다. 민어의 섬인 임자도는 매화와 튤립으로 유명하며, 2008년 튤립 축제 이후 이곳은 ‘한국의 네덜란드’가 되었다.

3부 ‘중부 권역’은 겨울 애기동백꽃 4000만 송이가 일품인 압해도의 바다 정원, 동양 최대 독살에서 숭어를 잡는 자은도, 정유재란 승리의 교두보인 팔금도에 대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4부 ‘남부권역’은 섬초와 대동염전으로 많이 알려진 비금도를 비롯해 가장 오래된 해양 문화유산 진리 선창이 있는 우이도,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하의도 등을 다룬다.

마지막 5부 ‘천사섬의 미각과 미학’에서는 신안의 산해진미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신안의 꽃 축제와 박물관 미술관 등도 소개한다.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에 따라 임자도 조희룡미술관, 비금도 이세돌박물관,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등이 있다.

저자들은 새로운 신안학을 제안한다. 섬의 인문학을 가장 멋있게 구현할 수 있는 곳이 신안이라는 것이다. “신안의 무수한 섬들이 김환기 추상화의 점이 되어 인간과 별과 우주로 나아갔듯, 신안의 섬들은 멋진 길이 되어 의미잇는 삶의 무늬(인문)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은 곧 효율적인 문화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컬처룩·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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